거제 남부면에 '갈곶리'라 불리는 바닷가 마을이 있다.
선착장 옆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30분 남짓 오른 곳은 해발 107m의 우제봉.
쉬엄쉬엄 산을 오르다 보면
살랑살랑 부는 봄 바람에 날아갈 듯 상쾌하다.
바람을 타고 떠도는 공기가 육지 속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시원하면서도 온화한 이 기운이야말로 '봄' 그 자체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즈음 정상부에 다다르면 '한려해상 국립공원'에 속하는 봄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기 시작한다. 청록색 봄 파도가 가슴을 물들이고 바다 위에 올망졸망 떠 있는 섬들이 사방으로 펼쳐지는 풍경이라니, 비경(秘景)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거제의 비경 가운데에서도 단연 1순위로 꼽히는 곳은 남해의 금강산이라는 뜻을 가진 '해금강'이다. 우제봉 정상은 해금강을 전망하기에 가장 좋은 포인트. 썰물 때마다 그 신비로운 모습을 드러내는 병풍바위 신랑신부바위 돛대바위 거북바위 미륵바위 등 온갖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솟아 있고 십자동굴과 사자바위, 그리고 환상적인 일출과 월출로 소문난 일월봉은 명승 제2호라는 이름이 전혀 부끄럽지 않다.
남도(南島) '거제'에 봄이 왔다. 지금 거제는 봄의 기쁨과 설렘, 사랑에 흠뻑 젖어 있다. 끝없이 펼쳐진 은빛 바다 위로 살며시 고개를 내민 무수한 섬들, 바닷빛과 하늘빛이 만나 쪽빛을 이루는 해안은 자연이 빚은 봄의 축복이리라. 최남단 여차~홍포 해안도로에서 갈곶리 해금강 마을을 지나 학동 몽돌해변에 이르기까지 이제 막 봄 망울을 터뜨린 거제 남부면으로 떠났다.
◇여차~홍포 전망도로
내 나라, 내 땅 어딘들 아름답지 않겠느냐 만은 여차~홍포 전망도로만한 곳도 드물다. 상록수와 활엽수가 뒤섞인 무성한 숲, 깎아지른 듯한 해안 절벽, 봄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바다, 바다 위에 점점이 떠 있는 섬…. 이 모든 풍경이 한데 어우러지기가 어찌 쉽겠는가.
여차~홍포 전망도로의 여차(汝次)와 홍포(虹浦)는 거제 최남단에 우뚝 솟은 망산(387m)을 사이에 두고 있는 갯마을 지명들이다. 전망도로는 망산 남쪽 산허리를 관통해 두 마을을 연결하는 길. 바다와 바짝 붙어 이어진 3.5㎞ 구간을 차로 달리다 보면 이 길 어디에서나 감탄사가 절로 쏟아지지만 대'소병대도 대'소매물도 어유도 가왕도 가익도 등 10여개 섬들이 훤히 보이는 해안절벽 전망대가 특히 장관이다. 긴 몽돌해변과 아담한 포구를 품은 여차마을 풍경 또한 두고두고 잊지 못할 절경.
전망도로는 비포장이라 더욱 매력적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아스팔트를 깔겠다는 거제시 요청을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아 자연 그대로 보존할 수 있었다. 군데군데 푹푹 꺼진 좁고 거친 길이지만 흙먼지 풀풀 날리며 달리는 기분이 마냥 정겹다.
시간이 남는다면 차에서 내려 아예 걸어가는 게 가장 현명할지도 모르겠다. 적당히 완만한 경사라 힘들지 않고 딱 기분 좋게 걸을 수 있는 거리다. 내친김에 등산로를 따라가면 망산 정상까지 오를 수도 있다. 해발 고도는 높지 않지만 제법 가파르고, 일단 정상에 올라서면 한려수도와 숱한 섬들을 발 아래 굽어볼 수 있다.
◇갈곶리
거제 남부면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는 갈곶리다. 남해의 금강산 '해금강'이 위치해 있을 뿐 아니라 해금강으로 가는 길목에 '바람의 언덕'과 '신선대'가 수채화처럼 눈 앞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도장포 어촌마을에 자리 잡은 '바람의 언덕'은 띠가 덮인 언덕이라 옛 이름도 '띠밭늘'이었다. 푸른 바다와 갈매기가 어우러지고, 바다와 언덕이 조화로워 드라마 촬영장소로도 각광받는 곳. 잔디가 깔린 야트막한 구릉 앞에 가만히 서면 봄에 부는 바닷바람을 만끽할 수 있다.
신선대 또한 바다가 시원스레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바닷가 큰 바위에 자리를 잡고 앉아 주변의 아기자기한 경관들을 거느리고 신선놀음을 하는 형상이라 해 신선대란 이름이 붙었다. 다포도, 천장산과 함께 오색바위, 다도해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학동
거제의 봄은 동백꽃으로부터 시작한다. 학동 동백림은 거제의 주봉 '노자산'을 따라 4㎞쯤 이어진다. 햇빛을 받아 은빛을 발하는 잎사귀 사이로 선홍빛 동백꽃이 수줍은 듯 움츠린 모습이 장관.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피고 지는 동백은 거제 곳곳에서 군락을 이루며 절경을 뽐낸다. 4만8천162㎡에 걸쳐 자생하며 천연기념물 제204호 지정된 학동 동백림은 여름철 희귀 철새 '팔색조' 도래지로도 이름 높다. 해마다 5월에 찾아와 6월 중순쯤 알을 낳아 품는 팔색조는 말 그대로 여덟가지 색을 지녔으며 열대 극락조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새로 꼽힌다. 학동 동백림은 우리나라에서 알려진 가장 큰 팔색조 집단 도래지.
학동에 들렀다면 해변가에서 잠시 쉬어가도 좋다. 해안을 따라 동백림과 이어진 학동 몽돌해변은 흑진주 빛 몽돌이 아름답다. 남해안의 맑고 깨끗한 물이 파도 쳐 몽돌을 굴리면 '자글 자글'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맑고 깨끗한 바닷물이 동글동글한 검정 돌과 어우러진 주변 300m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가운데 하나이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지심도
거제시가 제2의 외도로 점찍은 곳. 섬 전체가 동백나무로 뒤덮여 동백섬이라는 별칭으로 더 알려져 있고, 평탄한 오솔길을 따라 2~3시간만 걸어도 지심도 진면목을 샅샅이 감상할 수 있다.
쪽빛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작은 초원, 붉은 꽃송이가 수북하게 깔린 동백숲 터널, 아름드리 동백나무와 상록수에 둘러싸인 아담한 학교(폐교)와 농가, 한줄기의 햇살도 스며들지 못할 만큼 울창한 상록수림, 끊임없이 들려오는 동박새와 직박구리의 노랫소리…. 정감 어린 오솔길을 자분자분 걷다보면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이 날아갈 듯 가뿐해진다. 문의 055-681-6007
▷외도
1박2일 일정으로 거제 여행을 권하는 까닭은 단연 외도 때문이다. 애써 거제까지 왔는데 '한국의 파라다이스', '환상의 섬'이라 불리는 외도를 그냥 지나치기가 너무 아쉽다. 바다 위에 떠 있는 녹색 아일랜드, '외도'는 강우량이 풍부해 난대 및 열대성 식물이 자라고 사방이 푸른 바다에 둘러쌓여 있는 곳이다. 섬 전체가 천연 동백숲을 이루고 있고, 선인장 병솔 코코아야자 가자니아 선샤인 등 3천여종의 아열대 수종이 어우러져 있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섬 같지만 동도와 서도로 나뉘어져 있고, 서도 쪽에 외도해상농원이 위치해 있다. 또 해안선 2.3㎞를 따라 전망대 조각공원 야외음악당 휴게시설 등이 잘 갖춰져 있으며 공룡굴 공룡바위 공룡발자국 같은 지방문화재가 유명하다. 문의 070-7715-3330 이상준기자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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