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학부모라면 한번쯤 '수성구 진입'을 생각한다. 교육열이 높은 데다 학원들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대입 자율화 추진과 고교 다양화 정책으로 인해 이 같은 현상은 심화될 조짐이다.
◆묻지마 '수성구 러시'
대구 수성구청에 따르면 2007년 수성구의 만 4~14세 인구는 7만541명이었으나 지난해엔 만 5~15세 인구가 7만4천813명으로 나타났다. 한 해 동안 중학교 이하 학생 4천272명이 수성구로 유입된 것이다.
'수성구 러시'는 '콩나물 교실'(과밀학급)로 이어진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과밀학급(학급당 학생 수 초교 35명, 중·고교 40명 이상)은 초교 11개교, 중학교 20개교, 고교 2개교였는데 이 중 수성구 학교는 각각 8개교, 11개교, 1개교로 절반이 넘는다. 경동초교(범어4동) 한 교사는 "지난해에만 6학년 학생 70명이 우리 학교로 전학왔다"며 "1학년은 4개 학급인데 반해 6학년은 12개 학급이나 돼 기형적인 형태를 보인다"고 했다.
올해 고교 배정에서도 수성구 쏠림현상이 두드러진다. 수성구의 고교 입학 대상자가 지난해보다 800여명이나 늘어 500명 정도는 중구나 남구 등 다른 지역 학교로 배정받았다. 시교육청 중등교육과 관계자는 "예년엔 100여명이 정원 초과로 다른 지역 학교로 배정받았으나 올해는 여학생이 특히 많아 몇몇 여고의 학급당 인원을 42명까지 늘렸지만 여의치 않았다"고 말했다.
학원의 수성구 비중도 압도적이다. 시교육청과 동부교육청에 따르면 외국어학원의 경우 수성구 소재 학원은 1월 말 기준 158개로 대구 전체(474개)의 33.3%를 차지했다. 입시학원도 수성구가 441개로 대구 전체(1천463개)의 30.1%나 된다.
◆수성구 강세, 객관적 잣대 없어
학부모들은 수성구 선호 이유로 뜨거운 교육열과 사교육 여건, 고교들의 높은 명문대 진학률 등을 꼽는다. 지난해 2월 수성구로 이사한 김모(37·여·범어1동)씨는 "초교 4학년인 아이를 과학고나 영재학교에 보내고 싶은데 예전 살던 곳엔 마땅한 학원이 없어 이사했다"고 말했다.
수성구 고교들이 내세우는 것은 서울대 합격자 수다. 서울대의 '최근 10년간 전국 고교별 합격자 현황'(1999~2008학년도 정원내 전형 최초 합격자)을 보면 100명 이상 배출 고교는 대구가 8개로 이 가운데 6개가 수성구에 있다. 2009학년도 서울대 입시에서도 대구에서 10명 이상 합격자를 배출한 고교는 4개교인데, 모두 수성구 학교들이다.
하지만 단순히 서울대 합격자 수를 놓고 교육 수준의 우열을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도 많다. 달서구 B고 교사는 "수성구는 우수한 학생이 많이 입학하기 때문에 결과가 좋게 나올 뿐"이라며 "'투입 대비 산출'로 봤을 땐 비수성구 학교들의 성적 향상도가 높다"고 했다. 실제 시교육청이 지난 한 해 동안 4차례 실시한 전국연합학력평가 결과를 토대로 고교들의 학력 향상도를 조사한 결과 비수성구 고교들이 우세했다. 학년별로 20개교씩 우수학교를 선정했는데, 1학년은 수성구가 3개교, 2학년은 수성구 1개교, 3학년은 2개교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비수성구 지역이 차지했다.
◆교육격차 고착화 우려
북구 C중 교사는 "비수성구 학생들이 수성구에 비해 전반적으로 학습의욕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라며 "우등생들이 수성구로 떠나다 보니 동기부여가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수성구로 몰리면서 파생된 가장 큰 문제는 수성구와 비수성구 간의 학력 격차와 이에 따른 교육 불평등이다. 특히 대입자율화나 고교등급제 등이 시행되면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것이란 지적도 있다. 참교육학부모회 대구지부 김정금 정책실장(교육학 박사)은 "무엇보다 대입에서 내신을 강화해 비수성구 고교의 장점을 살려줘야 한다"며 "이런 바탕 속에 비수성구 지역에 대한 교육당국의 지원과 배려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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