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표격 한 거대기업은 생산직 근로자 모집 때 '위장 취업자'를 색출하느라 고역을 치른다. 고등학교 졸업생이 모집 대상이지만 학력을 숨기고 응모하는 대졸자가 적잖기 때문이다. 이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데는 이 기업 생산직 근무 여건이 어지간한 대졸 직종을 능가한다는 점이 직접적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그 바닥에는 고졸과 대졸이라는 두 종류 인구 사이의 수요-공급 불균형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도 관여하고 있다. 고졸자 일자리는 남아돌지만 젊은이들이 취업문이 훨씬 좁은 대학졸업을 더 선호하는 것이다.
우리 인구에 불균형이 심각한 부문에는 도시와 농촌 관계도 있다. 농촌은 갈수록 텅텅 비고 농업도 덩달아 기반을 잃어 가지만 도시는 일자리 부족으로 인구가 넘쳐나는 것이다.
이렇게 수요를 현저하게 초과하는 인구 공급은 사회에 큰 부담을 주는 거품이다. 그 거품들은 갖가지 문제를 부르고, 사회는 몸살을 앓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몸살은 잘못 끼인 거품을 걷어내고 건강성을 회복해 내라고 요구하는 경제와 사회구조의 아우성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심하게 몸살 앓는 건 마구 놀려 어그러졌던 몸이 제자리를 찾아가려고 그러는 것이라 하시던 옛 어른들 말씀 속의 것과 같은 이치다.
다행히 근래 전국 농촌 시'군청 담당 부서에 귀농 관련 문의가 지역별로 하루 대여섯 건에 이를 정도로 많이 늘었다고 한다. 어느 도에는 작년 한 해 동안에만 1천100여 명이 귀농하고 3천600명이 그럴 뜻을 밝혔다고 했다. 어느 군청이 귀농자 마을을 만들어 100가구분을 분양했더니 경쟁률이 무려 5.5대 1에 달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각 시'군청들도 활발히 움직인다. 어떤 군에선 작년 6월에 이미 관련 조례를 제정, 55세 미만 2인 이상 가족이 귀농하면 빈집 매입'수리비와 농지 임차료의 절반을 지원하고 이사비'교육훈련비도 지원한다. 또 다른 군에선 영농정착금으로 500만 원을 지원하고 농지구입자금으로 5천만 원을 연리 2%로 융자해 준다. 도에 따라 빈집 구입 때 500만 원을 무상 지원하는 경우가 있고, 중앙정부 또한 농어촌진흥기금을 연리 2%에 1억 원까지 빌려준다.
그러나 이 정도로써 과도한 도시 집중이 초래한 거품 걷기에 충분할지는 회의적이다. 농촌이 비게 된 것은 그만큼 도시보다 수입이 낮기 때문이란 사실을 직시하고, 귀농자에게 일정 수준의 수입을 일정기간 보장하는 획기적 대책을 구사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귀농 초기 2년간 월 200만 원씩 생활지원금을 주는 지방정부가 나타났다는 일본이 좋은 선례다.
또 처음부터 부담 큰 귀농만 요구할 게 아니라, 취업해 농업을 익힐 수 있도록 '취농제도'를 운영하는 것도 주효하리라 싶다. 일본은 앞으로 청년 구직자를 고용하는 농가나 농업법인 등에 연수비 명목으로 취농자 1인당 최대 1천800만 원까지 보조키로 했다고 한다. 사상 최대 규모의 농업지원책이란 평가가 나오는 사유다.
농촌에 정착할 때까지 일정 수입과 일자리를 보장하고, 집과 논밭을 사실상 무상 대여 받을 수 있게 하며, 값비싼 농기계를 거의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적응이 끝날 때까지 농사기술과 판매기술을 근접 지도하며, 자녀들 학비를 가능하면 대학까지 국비로 지원하는 등 대책만 튼실하다면 당장이라도 농촌으로 돌아갈 도시인은 적잖을 것이다.
그 비용이 너무 크다고 할지 모르나 도시에 낀 인구 거품으로 인해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하는 비용을 계산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 있다. 반면 농촌을 지키고 식량안보를 다지며 자연환경을 보전할 수 있는 등 보이지 않는 국가적 이익이 예상외로 클 수도 있다.
경북도청이 어제 다시 귀농 지원책을 내놨다. 취농 개념이 처음 등장하고 월 120만 원의 연수비 지급안이 제시된 게 새롭다. 하지만 더 다잡아야 하리라 싶다. 작금의 위기상황을 오히려 기회라 보고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는 일본의 결기를 눈여겨봐야 한다. 실업문제로 골병든 도시를 구하고 사람이 사라져 텅 비어 버린 농촌도 살려, 둘 다 건강케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지금이라는 인식은 한국에도 다급하다.
朴 鐘 奉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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