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나바다 생활]중고장터

1만원이면 물건도, 희망도 한아름

◆ 칠성시장 전자주방상가

신천 고가도로변에 중고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상가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S자 형태로 굽어진 길을 따라 다닥다닥 붙어 있는 상가는 모두 100여개. 30여년 전부터 형성된 대구를 대표하는 중고거리다. 거리를 걷다 보면 'TV, 냉장고, 세탁기, 가전제품일체 판매 및 수리', '각종 중고전자 교환 및 판매' 등의 간판을 쉽게 볼 수 있다.

가전제품뿐 아니라 그릇, 음식점용 냉동고 등 주방용품, 연탄난로 등 다양한 물품을 판매한다. 지난 겨울엔 경기 불황으로 연탄난로를 찾는 손님들이 많이 왔다고 한다.

묵은 때를 씻어내고 부품을 고치는 상인들의 분주한 손길이 추위를 무색케 한다. 상점 앞에는 손질을 마친 가전제품들이 비닐에 포장, 전시돼 있다. 마치 새 것 같다.

가격은 물품 상태, 크기 등에 따라 결정된다. 한 상점에 들러 가격을 물었더니 보통 50ℓ들이 소형 냉장고의 경우 4~5만원, 42인치 벽걸이TV는 70만원, 15평 에어컨은(벽걸이 에어컨과 설치비 포함)은 120만원이면 살 수 있으며 A/S는 기본이라고 했다.

포장도 뜯지 않은 새 물품도 구입할 수 있다. 새 것은 시세보다 평균 30% 정도 싸게 판매한다.

남편과 함께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말란(48'여)씨는 "경기가 불황이면 중고품이 많이 팔릴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중고시장도 경기를 많이 탄다. 불경기 때 가전제품이 고장나면 새로 사지 않고 고쳐서 사용하기 때문이다. 칠성시장 전자주방상가에는 믿을 수 있는 제품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 행복한나눔가게

보건복지부 산하 시니어클럽이 노인일자리 창출을 위해 문을 열었다. 대구에는 수성시니어클럽(784-6080)이 운영하는 수성점(노변초교 앞)과 남구시니어클럽(471-8090)이 운영하는 이천점(대구은행 대봉지점 뒤), 성당점(성당시장~문성병원 사이) 등 3개 매장이 있다. 생활용품'가전제품'의류'가구'잡화 등 집에서 안 쓰는 재활용품을 모아 노인들이 수리, 수선해 판매한다.

수성시니어클럽은 지난해 11월 말부터 상동새마을금고 옆 공터에서 '행복한나눔장터'도 열고 있다.

수성점에는 수거한 용품을 분리하는 분류매장과 가게에 24명, 이천'성당점에는 16명의 노인들이 고용돼 있다. 특히 이천점과 성당점의 경우 판매 수익금으로 인건비 등 가게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모두 조달하고 있다. 노인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자원재활용 향상, 시민들에게 저렴한 물품을 공급하는 1석3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 중구 아나바다장터

남산종합사회복지관과 중구청이 남산동 까치아파트 상가 내에 개장한 상설매장이다. 자원봉사자들이 운영하고 있으며 1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복지관 후원자와 주민들이 기증한 옷'주방용품'신발'액세서리 등이 다양하게 구비돼 있다. 간혹 들어오는 새 옷, 새 신발의 경우 5천원~1만원 정도 하지만 대부분 물품은 1~3천원이면 구입할 수 있다. 1만원만 들고가면 한아름 구매할 수 있다.

수익금은 '사랑나눔푸드마켓' 물품 구입과 무료급식 등에 사용된다. 올해의 경우 2월 중순까지 900만원의 수익금을 올렸다. 목표액 2천400만원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랑나눔푸드마켓'은 중구에 거주하는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등 400여명이 월 2만원까지 공짜로 식품을 가져갈 수 있는 식료품매장이다. '사랑나눔푸드마켓'은 올해 국고지원사업으로 선정됐다. 254-2562.

◆ 상인 늘품마트

상인동 비둘기아파트 1단지에 자리잡고 있다. 상인종합사회복지관이 영구임대아파트 입주민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2006년 3월 개장했다. 12평 남짓한 규모로 돈을 주고 물건을 구매하는 곳이 아니다. 물건을 내놓고 내가 필요한 물건을 가져가는 일종의 물물교환이 이뤄진다.

이곳을 이용하는 회원은 850여명으로 아파트 거주자부터 자원봉사자, 인근 주민들까지 다양하다. 회원에게는 통장을 만들어준다. 물품을 기탁하면 적정 가격을 매겨 '품(포인트)'을 적립해준다. 바지 한 벌을 가져가면 보통 300품 정도 적립 받는다. 품을 이용해 의류'식료품'가공식품'생필품 등 다양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가끔 결연을 맺고 있는 롯데백화점 상인점이 새 물건을 후원해주면 유난히 고객들로 북적인다고 한다. 641-1100

◆ 아름다운가게

시민들이 기증한 헌 물건을 팔아 어려운 이웃을 돕는 비영리단체로 대구에는 수성점(대구은행 본점 맞은편 동아마트 안), 칠곡점(칠곡홈플러스 뒷편 삼성디지털프라자 1층), 월성점(월성3주공아파트 상가), 남산점(대명시장 맞은편) 등 4개가 있다.

2004년 수성점(구 반월당 동아점)을 시작으로 대구에 첫 선을 보였으며 지난해 10월 누적 매출 10억원, 누적 수익나눔액 2억원을 돌파했다. 가게에서 판매하는 물건 평균 단가가 2천원인 점을 감안하면 50만점(1t 트럭 500대)의 헌 물건이 새주인을 만난 셈이다. 그동안 대구시민들이 기증한 물품은 판매 물량의 두배인 100만점을 넘어섰다. 아름다운가게가 대구시민들의 기부문화와 소비형태를 바꾸는데 한 몫을 한 셈이다. 대구경북본부(792-1403)는 시민들의 호응에 힙입어 올해 경북 1호점을 구미에 열 계획이며 대구에도 매장을 추가로 개설할 예정이다.

박상규 대구경북본부장은 "시민들의 참여로 크게 성장 했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있다. 대구경북은 규모는 크지만 아름다운가게는 타 시도에 비해 적은 편이다. 아름다운가게는 물건을 사고 파는 곳이 아니라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곳이다. 보다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달라"고 부탁했다.

◆ 은혜나눔 수요장터

지산종합사회복지관이 2004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지산5단지 아파트 상가 지하에서 열리며 옷'책'가전제품'가방'주방용품'학용품 등 주민들이 기증한 중고 물품들이 판매된다.

장터가 5년 넘게 운영되면서 입소문이 퍼져 인근 주민뿐 아니라 타 지역 주민들도 많이 찾아온다. 물건을 사러 왔다 기증하는 사람도 있다. 특히 세탁 해서 옷을 전달하는 기증자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가격은 몇 백원에서 몇 천원까지 천차만별이지만 대개 1천원을 넘지 않는다. 2천원이면 고가에 속한다. 수익금은 지산1.2동, 상동, 두산동 지역 기초생활수급자, 홀몸노인, 차상위계층 난방비 지원, 집 개'보수 등에 사용된다.

장혜숙 사회복지사는 "경제가 어려울수록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힘이 되고 희망이 된다. 나에게 필요 없는 물건이 타인에게는 소중한 물건이 될 수 있다. 더 많은 분들이 나누고 아끼는 장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781-5156.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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