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명이오, 어명이오, 어명이오!"
26일 봉화 상운면 토일리 마을 뒷산. 숭례문 복원용 금강소나무 기증자 권영규(73)씨와 마을주민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금강송 벌채 행사가 열렸다. 이날 벤 나무는 수령 116년된 소나무 한 그루. 나무 밑동의 둘레가 210㎝이며, 흉고직경 67㎝에, 높이가 20m나 되는 대경목이다.
벌채 행사는 이 마을 전계구(73)씨의 '숭례문을 짓는 튼튼한 동량이다. 자손만대 길이길이 빛내주길 바란다…'는 축문으로 시작됐다.
나무 밑동의 껍질을 벗겨낸 후 봉화군 산림과 직원이 나무를 베어도 좋다는 도장을 찍는 근부박피를 하자 대목장 전흥수(중요무형문화재 74호)씨가 "어명(御命)이오!"를 세 번 외치고 도끼로 나무를 찍는 벌목시연을 벌였다. 그 다음에는 벌목공 3명이 전기톱으로 나무를 베어냈다.
전 대목장은 "송진이 가득 차 있는 우수한 목재로 숭례문의 기둥이나 창방, 상층 대들보로 쓸 수 있다"며 "금전적인 가치로는 따질 수 없는 나무"라고 설명했다.
문화재청 정금호 사무관은 "벌채된 소나무는 다음주 초쯤 운반할 계획"이라며 "2년 정도 자연건조를 한 뒤 설계가 나오면 정확한 사용처가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나무는 봉화 상운면 가곡리에 사는 권씨가 지난해 4월 본지에 기증의사를 밝히면서(2008년 4월 17일자 2면 보도) 세상에 알려졌으며, 같은 해 12월 문화재청 담당자와 벌목공 등이 현장을 방문해 숭례문 복원용으로 적합 판정을 내렸다.
권씨는 "나라를 위해 쓴다는데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며 "이번 일로 국민들이 문화재를 사랑하는 마음을 거듭 다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봉화·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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