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정부 이후 15년간 소외받던 대구경북 출신 공직자들이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인고(忍苦)의 세월을 보냈다. TK(대구경북) 출신이라는 것만으로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으나 그들은 참고 견뎌냈다. 이들에게 중앙 관가에서는 '살아남은 자들', '마지막 잎새' 등 여러 수사를 붙인다.
이명박 정부 1년 만에 인동초들이 몇몇 요직에 발탁됐지만 특혜는커녕 인구비로 따져도 아직 부족한 편이란 분석도 있다.
◆청와대
권력의 핵인 청와대에서 경북고 출신의 정정길 대통령실장이 큰 어른이다. 마당발로 울산대총장으로 일하다 발탁돼 그림자처럼 이명박 대통령을 보좌하고 있다.
봉화가 고향으로 대구에서 검사 생활을 자주 한 정동기 민정수석은 "대구가 마음의 고향"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공직자 사정 등을 담당하는 업무 특성 때문에 비공식 모임에 일절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석 이상으로는 이처럼 대구경북 출신이 2명뿐이지만 비서관급은 지역 출신이 제법 있다. 경북고 출신의 김명식 인사비서관과 김두우 정무기획비서관이 핵심이다. 송종호 중소기업비서관이 중소기업 살리기에 골몰하고 있고, 교수 출신인 이영호 고용노사비서관의 역할도 크다. 김병기 국방비서관과 김정기 교육비서관도 비교적 늦게 청와대에 합류해 국방 개혁, 교육 개혁의 기치를 들고 있다. 언론인 출신인 이동우 홍보1비서관은 박형준 홍보기획관을 보좌하며 이명박 정부 이미지 높이기를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다.
선임행정관은 3급이다. 과거 비서관 역할을 이들이 담당하고 있다. 경북고 출신의 이관섭 대통령실장보좌관이 정 실장을 보좌하고 있고, 포항 출신의 이상휘 인사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공기업 인사 실무를 총괄하고 있다. 국토해양부 출신인 김형렬 미래비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은 이 대통령의 핵심 정책인 녹색성장을 주도하고 있고, 의성 출신으로 심인고를 졸업한 김좌열 홍보2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은 애향심이 높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또 주낙영 행정자치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은 경북도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토종이고, 달성고 출신으로 인사 검증을 총괄하는 이강덕 민정2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은 장래의 경찰청장감으로 꼽히고 있다. 경북고를 졸업해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를 오랫동안 보좌한 임종우 법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은 법 지식이 변호사에 못지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총리실·감사원
국무총리실과 감사원은 공무원들의 상전이다. 그 총리실의 장·차관급 요직에 'TK'가 있다. 권태신 국무총리 실장과 박영준 국무차장. 권 실장은 영천, 박 차장은 칠곡이 고향이다.
이들을 뒷받침하는 1, 2급 실장, 비서관급 요직 역시 지역 출신이 버티고 있다. 계성고 출신으로 중앙일보에 몸담았던 김왕기 공보실장을 비롯해 상주 출신 김희철 정책분석평가실장이 있다. 길홍근 경제규제관리관과 의성 출신 김희락 정무기획비서관, 김성완 정보관리비서관의 역할도 크다.
총리실에 10년 이상 근무해 '총리실맨'으로 불리는 대구 출신 임찬우 사회정책총괄과장은 과장급 업무통 실세로 통한다.
행안부는 경북과 궁합이 잘 맞다. 경북도 출신 이주석 기획조정실장이 서만근 행안부 지방분권지원단장이 있던 자리로 이동했다. 경북 문경 출신인 고윤환 지방행정국장은 총괄국장으로 1급 승진을 앞두고 있다.
대통령 직속기구인 감사원 역시 남일호 감사위원과 성용락 사무총장 등 TK 인맥이 만만찮다. 남 위원은 직원 다면평가에서 항상 1위를 기록하는 등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성 총장은 국세청에서 공직생활을 시작, 1984년부터 감사원으로 전입해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대구 출신 정창영 제2사무차장과 고향은 경남 밀양이지만 경북대를 나온 문태곤 기획관리실장, 대구 출신 이욱 특별조사국장 등이 감사관급이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4대 권력기관
국가정보원, 검찰청, 국세청, 경찰청 등 이른바 4대 권력기관에도 대구경북 출신 인사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그러나 지난 15년간의 소외로 경력 관리가 안 돼 있는 때문에 발탁할 재원이 적어 문제다.
국정원은 김주성 기획조정실장이 눈에 띈다. 봉화고, 연세대를 졸업한 김 실장은 27일 단행된 차장 인사에서 유임됐다.
검찰에는 권재진 서울고검장과 노환균 대검공안부장이 있다. 경북고와 서울대를 졸업한 권 고검장은 오는 11월 임채진 검찰총장의 임기가 끝나면 차기 검찰총장이 될 것이란 얘기가 파다하다. 노 공안부장은 대건고와 고려대를 졸업한 공안통이다.
국세청은 이현동 서울지방국세청장이 주목받고 있다. 경북고와 영남대를 졸업한 이 청장은
청와대에서 국세청 조사국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지난해 12월 서울지방국세청장에 발탁됐다.
경찰은 대구경북 출신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강희락 경찰청장 내정자를 비롯해 주상용 서울경찰청장, 조용연 경찰청 경무기획국장, 송광호 경찰청 수사국장, 김수정 서울청 차장 등이 지역 출신 인사다. 성주 출신으로 경북사대부고와 고려대를 졸업한 강 청장 내정자는 해양경찰청장으로 근무하다가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가 사퇴하면서 후임으로 내정됐다.
울진 출신으로 대구고와 고려대를 졸업한 주 청장은 대구경찰청장으로 근무하다가 최근 서울경찰청장으로 승진했다. 조 국장은 문경 출신으로 수원고와 동국대를 졸업했고, 송 국장은 경북고와 서울대를 졸업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장·차관급
각 부처에서 대구경북 출신 공무원들이 속속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장관급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전재희 보건복지부장관, 김경한 법무부장관이 있다. 대륜고 출신인 최 위원장은 방송법 관련으로 야당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지만 눈도 까딱않고 버텨 내공이 대단하다는 세평을 받고 있다. 김 법무장관은 새 정부 출범 이후 법치주의 확립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고, 한나라당 의원을 겸하고 있는 전재희 복지부장관은 소외 계층에 대한 지원 등 복지 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차관급은 홍양호 통일부 차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권종락 외교통상부 제1차관, 이주호 교육부 제1차관, 이병욱 환경부 차관, 권도엽 국토해양부 제1차관, 박영준 총리실 국무차장, 형태근 방송통신위 상임위원, 김양 보훈처장 등이 지역 출신이다.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을 하다가 교육부 차관으로 컴백한 이 교육부 차관이 우선 돋보인다. 이 차관은 17대 의원 때도 교육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갖는 등 교육 개혁의 전도사로 알려져 있어 이 대통령의 측근인 박 국무차장과 더불어 주목받고 있다.
외교부에는 한미FTA 협상을 마무리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권종락 1차관의 역할이 크다. 통일부에서는 홍양호 차관과 김중태 기획관리실장, 김영태 개성공단 사업지원단장, 황부기 남북교류협력국장 등 남북 관계를 관장하는 주요 국장들이 모두 지역 출신이라 이채롭다.
국방부에는 정택환 기획조정실장 외에 최근 기획재정부에서 경북도로 파견됐던 우주하 국장이 기획예산담당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방 행정을 총괄하는 행안부에는 백운현 차관보와 고유환 지방행정국장 등 핵심 자리에 지역인사들이 포진하고 있다.
이밖에 문화체육관광부의 곽영진 기획조정실장과 복지부의 손건익 사회복지정책실장 등도 지역출신이다. 군에서는 합참의장과 3군 참모총장 등 주요 포스트를 다른 지역 인사들이 차지, 김종태 기무사령관(상주)이 대구경북의 꽃이 됐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경제부처
기획재정부는 각 지역에서 예산을 확보하러 공무원들이 많이 들락거리는 부처다. 현업 부서에서 예산을 편성해도 재정부가 노(NO)'라고 하면 끝이다. 과거 정권에는 호남과 부산경남 인맥이 많았다.
지역 출신으로는 경북고와 경북대를 졸업한 류성걸 예산실장이 있다. 그는 자동차 관련 특허를 따 주목받는가 하면 성격도 시원시원해 공무원들에게 인기가 좋다.
류 실장과 경북고57회 동기인 김화동 전 재정정책국장은 한나라당 전문위원으로 잠시 외도(?)하게 됐다. 언론·홍보를 담당하는 대변인에는 경주 출신의 박철규 전 미래전략정책관이 기용됐다. 대륜고 출신인 강호인 전 공공혁신기획관은 최근 공공정책국장으로 승진했다. 예천이 고향인 남병홍 감사담당관은 비(非)행시 출신으로 최근 승진했다.
재정부와 긴밀한 협조 체계를 이루는 금융위원회에는 권혁세 사무처장이 버티고 있다. 금융위 고위공직자 중 지역출신은 권 사무처장이 유일하다. 하지만 사무처장 자리가 부처내 핵심보직이라는 점에서 지역은 그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국토해양부에는 권도엽 1차관과 함께 문경 출신의 권진봉 건설수자원정책실장이 '형님' 역할을 하고 있다. 4대강 물길 정비 사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실제 4대강 살리기 실무 총잭임자는 경북고를 졸업한 김희국 4대강살리기기획단장이 맡았다. 국토관리청장으로 갔다가 적임자로 발탁됐다.
지방 아파트 미분양 문제 등 주택 정책은 도태호 주택정책관이 총괄하고 있다. 내부 감찰은 김영진 담당관이 맡고 있는데 육사를 졸업해 감사원에서 잔뼈가 굵었다.
지식경제부에는 지역 인사가 몇 안 된다. 윤수영 전 신산업정책관이 1급으로 승진해 무역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옮기는 바람에 공백이 생겼다. 김경원 전 기후변화에너지 정책관도 한나라당 전문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때문에 지역 마인드를 갖고 있는 인사는 김재홍 정책기획관과 최근 청와대에서 복귀한 김준동 대변인 정도에 불과하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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