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아이와 눈코 뜰 새 없이 30년을 살다 보니 나란 존재는 벌써 잊혀진 지 오래다. 내 이름 석자는 어느덧 사라지고 누구 엄마, 누구네 집사람으로 불려진 수십 년 세월이 흘러 잠시 넋 놓고 앉아 있을 때쯤 지난날 생각에 코끝이 맵기 시작한다. 큰딸은 올해 대학원에 등록했고 둘째 딸은 새내기 대학생이 되었고, 막내 아들은 벌써 고등학교 2학년이다.
세 아이 등록금에 뼛골이 빠지도록 두 내외가 바삐 살다 보니 정말 자기 자신들은 돌아봐줄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정말 하고픈 일, 꼭 해 놓아야 할 일, 항상 마음에 담고 꿈꿔 왔던 일들을 고스란히 묻어 둔 채 수십 년을 숨이 차도록 달려왔나 보다. 이제 조금 여유가 생겼을까? 나름 '나'란 이름 석자를 되뇌어 본다. 아무도 불러 주진 않았지만 스스로 내 이름 석자를 불러 보고는 입가에 하얀 미소를 흘려보냈다. 얼마 만에 들어보고 불러보는 이름인지 촌스럽고 부티 나지는 않지만 이름만으로 난 행복하고 마냥 기분이 좋다.
지금의 새내기 젊은이들과 새싹 같은 부푼 꿈을 똑같이 꿀 수는 없지만 남편과 세 아이를 졸라 더 늙기 전에 하고픈 나의 꿈을 보란듯이 실천에 꼭 옮겨 놓고 말 것이다. 쉰이 넘은 이 나이에 무슨 짓(?)이냐며 핀잔을 주는 이도 간혹 있겠지만 배움에 무슨 나이와 남녀노소가 따로 있나 싶다. 모든 결정은 이미 내가 한 바고 아이들과 남편이 도와준다고 하니 모두가 고마울 따름이고 지금까지 그동안 쓰지 않고 녹슬고 죽은 세포들을 모두 일깨워 혼신의 힘을 다해 함께 헤쳐 나가 보련다.
여보! 세 모녀 등록금에 아들 등록금까지 벅차고 힘들겠지만 조금만 아껴 쓰고 우리 힘껏 노력하면 분명히 좋은 날 있을 거예요. 많이 도와주고 용기 줘서 정말 감사하고 얘들아! 사랑하고 고마워.
윤선주(대구 달서구 이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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