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원자바오 총리가 주최한 국무원상무회의에서 '경공업 및 석유화학공업진흥계획'이 통과되었다. 내용을 보면, 우선 경공업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경공업발전이 국민들의 물질문화생활을 풍요롭게 하는데 필요한 중요산업이자 시장, 취업, 그리고 삼농(三農:농촌, 농민, 농업)이라는 당면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제라는 것이다. 그리고 경공업진흥을 위해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도시와 농촌시장의 수요를 확대하고, 안정된 국제시장을 개척하는데 주력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를 통해 경공업발전이 산업구조를 조정 및 향상시키고, 녹색생태발전, 질량제고, 순환경제를 충족시키는 새로운 발전모델을 만들어낸다는 의도이다.
회의 결과 경공업발전에 필요한 몇 가지 구체적인 실행방안들을 내놓았는데 그 중 눈여겨보아야 할 몇 항의 조치들이 있다. 먼저 기업관리를 강화하고 경공업제품의 품질을 높인다는 부분인데, 이와 관련해서 일부 노동집약형제품, 첨단기술제품, 친환경제품에 대해서는 가공무역제한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친환경기업을 중심으로 기업구조를 재조정하고 일자리를 확대하겠다는 말이다. 공격적인 국제시장 마케팅을 위한 지원방안도 제시되었다. 경공업제품의 수출환급세율을 높이고, 세금혜택과 신용대출을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동시에 내수확대를 위해서 이미 발표되었던 '농촌으로 가전제품보내기' 사업을 확대하여 한 가정당 한 대로 제한되었던 보조금지급 가전을 두 대로 늘리고, 해당 품목도 확대했다.
석유화학공업의 발전계획도 수립했다. 우선 석유화학공업을 자원, 자본, 기술 밀집산업으로 규정하고, 타산업과의 높은 연관성에 따른 경제유발효과를 강조했다. 그리고 석유화학제품시장을 안정화시키는 동시에 산업구조를 조정하고 관리수준을 높일 방안을 마련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석유화학공업진흥을 위해 중국이 계획하고 있는 정유기지건설이다. 2009년 2월 24일 중국석유 및 화학공업협회 소속 인사의 말에 따르면 이미 상하이, 닝뽀, 난징에 각각 3천만t 규모의 초대형정유기지건설이 국가계획에 편입되었으며, 앞으로 3년 내에 마오밍(茂名), 광저우(廣州), 후이저우(惠州), 추안저우(泉州), 톈진(天津), 차오페이덴(曹妃甸) 등지에 연간 2천만t 규모의 대형정유기지가 건설될 것이라고 했다. 최종적으로 9개의 정유기지가 완공되면 해상을 통해 수입되는 원유가 신속하고 원활하게 정제처리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 향후 3년 동안 세 가지 차원의 실행계획을 수립했다. 첫째는 쩐하이(鎭海), 마오밍 등에 있는 기존 정유기지를 개조·확장하는 것이고, 둘째는 쓰촨, 광저우, 추안저우, 상하이 등에 대형 정유기지를 새로 건설하는 것이고, 셋째는 원유를 공급할 베네수엘라, 카타르, 러시아 등의 국유기업들을 대형정유기지건설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것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 원유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도 포함되어 있다.
경공업과 석유화학공업 진흥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국의 사정은 뻔하다. 국부민궁(國富民窮·나라 곳간은 가득 찼지만 국민은 여전히 가난하다), 빈부격차에 대한 국민들의 원성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중국의 발전모습을 묘사하자면 큰 걸음으로 껑충껑충 뛰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중간중간 연결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서 빈틈투성이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석유화학공업이다. 중국산 플라스틱제품, 특히 주방용품을 보면 그 정도를 알 수 있다. 밥그릇은 채 1년도 사용하지 않았는데 바닥에 균열이 생긴다. 김치를 담으면 김치물이 배어서 그릇 색깔이 빨갛게 되어 버린다. 한번은 무심코 플라스틱으로 된 간이의자에 앉았는데 그대로 폭삭 주저앉아버리더라. 중국이 겪는 공해문제 역시 상당부분 석유화학관련 정제공업의 기술부족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 자동차의 배기가스는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매연 정도가 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중국이 진행하는 경공업, 석유화학공업진흥계획은 일종의 내실다지기이다. 기본기부터 착실히 구축하려는 것이고, 덤으로 일자리도 얻자는 것이다. 숨은 의도도 있다. 경공업 중심의 노동집약형 기업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다품종 대량생산이 가능한 중국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셈이다. 다시 말해 중국은 지금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위축된 소비심리와 구매력의 회복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경기침체가 세계적 차원에서 소비를 억제시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시적인 소비유보일 뿐이지 궁극적으로 소비 자체의 소멸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미 일정한 소비수준을 가진 소비자가 소비를 참으려고 버둥거리는 것은 손오공이 부처님 손바닥을 벗어나려는 것과 같음을 중국은 알고 있다.
이정태(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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