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교특법' 빠른 보완으로 혼란 막아야

운전자가 중상해 피해자가 있는 교통사고를 내도 10개 조항의 중대과실이 없고,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으면 형사책임을 묻지 않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이 조항은 1981년 교특법 제정 때부터 가해자만 보호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헌재는 1997년 이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으나, 12년 만에 이를 뒤집어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이다.

피해자들을 적극 보호하는 이번 결정은 평등권 보장이라는 큰 의미가 있다. 또 운전자의 안전 운전 의식 강화로 난폭운전이 줄 것이다.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죄와 합의 노력도 높아져 '종합보험에 가입했으니 그만'이라는 생명 경시 풍조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반면, 걱정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순간의 실수로 범죄자가 될 수도 있다는 부담이다. 특히 운전을 生業(생업)으로 하는 택시'버스 기사의 반발이 크다.

남은 것은 발 빠른 법 개정과 제도 보완이다. 우선 애매한 '重傷害(중상해)'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게 정의돼야 한다. 교특법과 형사법상 중상해란 생명이 위험하거나 불구, 또는 불치나 난치의 질병이 생긴 경우를 의미한다. 보험사는 8~10주를 중상해라고 판단하지만 경찰은 3주 이상을 중상으로 분류하고 있어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 마련이 절대적이다.

전과자 양산에 따른 대책 마련과 함께 피해자의 과다한 배상 요구 등의 부작용을 막을 방법도 찾아야 한다. 요즘처럼 차가 대중화된 시대에서 교통사고를 없애기는 어렵다. 일부 회사는 형사처벌 때 해고 조항이 있어, 한순간의 교통사고로 전과자가 되고 가정 파탄으로 이어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관련 기관의 혼란이다. 헌재는 법 해석과 적용 문제는 소추기관인 검찰과 경찰, 법원의 몫이라고 했다. 벌써 적용시점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검찰과 경찰은 새 지침이 마련될 때까지 중상해 교통사고에 대한 처리를 유보했다. 법원도 업무량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교통사고 처리 전담 재판부를 증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의 법이 제정, 개정되는 것은 많은 혼란을 부른다. 하지만,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은 반드시 바꿔야 한다. 이번 헌재의 결정으로 교특법의 손질은 불가피하다. 혼란을 막기 위해 최대한 빨리 개정해야 하지만, 철저한 분석과 검토를 통해 모든 악용 소지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국민 전체의 실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거듭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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