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의 깨끗하고 올곧은 삶이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추기경의 '서로 사랑하세요'라는 말씀에는 특히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사랑이 담겨 있다. 서슬이 시퍼렇던 독재 정권에 저항하던 학생들을 보호해주시던 마음과 서울 상계동 철거민들이 명동성당에 천막을 치고 7개월이 넘도록 살게 해주신 마음에 추기경의 인간에 대한 사랑이 담겨 있다.
추기경은 실제로 사랑을 실천하셨던 분이셨다.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마음과 배려….' 추기경이 남겨주신 사랑의 실천적 가르침이다. 이러한 추기경의 따뜻한 마음과 배려는 갈등과 반목으로 대립되는 우리의 현실을 반성하게 한다.
사회가 점점 더 각박해지고 있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에서 이긴 강자들 너머로 이기지 못한 약자들의 눈물과 한이 쌓이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명박 정부가 이런 경쟁을 주도하고 부추기고 있다는 평가를 많이 듣는다.
노무현 정부는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생각하면서 상대적으로 약자들을 배려하는 정책을 많이 폈는데 비해 이명박 정부는 '성장'에 치중하면서 경쟁 모드를 도입하였다. 부동산 정책에서 노무현 정부가 양도세와 재산세를 통해 약자들의 입장을 생각했던 반면, 이명박 정부는 서울 강남의 부자들을 더 위하는 정책을 폈다. 국토균형발전정책에서도 노무현 정부는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 발전을 위해 행정중심도시를 확정하고 지방마다 혁신도시를 지정하여 공기업과 대기업들이 이전하도록 한 반면, 이명박 정부는 수도권 중심의 발전을 중시하여 수도권의 각종 규제를 완화해줌으로써 지방에 있던 기업조차 수도권으로 이전해가고 있는 형편이다.
교육에 있어서도 노무현 정부가 3불 정책으로 내신을 중시하는 공교육 강화를 목표로 했던 반면, 이명박 정부는 일제고사를 도입하고 특목고를 우대하는가 하면 본고사를 부활시켜 경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대북 관계에 있어서도 노무현 정부가 북한과의 협력을 통해 긴장을 완화하고 경제 협력을 강화하려고 했던 반면, 이명박 정부는 남북 상호주의를 강조함으로써 남북관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결과적으로 경제 환경이 악화될 우려를 낳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성장우선주의는 결국 사회적 약자들의 아픔을 키우고 있는 것 같다. 용산 철거민 사건이 한 예다. 용산 재개발지역 철거민에 대한 경찰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참사가 국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그런데 보는 시각이 너무나 달랐다. 일부에서는 철거민들이 재개발을 발목 잡아 한몫을 챙기려는 사악한 사람들이라고 몰아붙이면서 경찰 진압이 정당한 공권력의 집행이고 진압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는 철거민들의 책임이라고 했다. 철거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힘없는 세입자인데다가 오랫동안 해오던 영업을 하지 못하는 데 대한 생계 보상을 좀 더 현실적으로 해달라는 약자들의 절규라고 항변한다. 어쨋거나 진압 과정에서 안타깝게도 후진적인 참사가 발생했다. 경제 위기로 가뜩이나 마음이 오그라든 사람들은 점점 피해자들을 심정적으로 동정하게 되고 자칫 경찰의 과잉 진압과 정부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가 촛불 집회의 양상으로 확산될 조짐이 있었다.
지난 2월 초 청와대의 한 행정관은 '용산 참사에 쏠린 국민의 눈을 돌려놓는 데에 군포 연쇄살인사건을 적극 활용하라'는 이메일을 경찰청 홍보담당관에 보냈다. 이에 야당 정치인이 항의하자 청와대와 경찰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잡아떼다가 결국 사실이 드러나자 '청와대 행정관의 개인행위'였다고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거짓말도 정치 행위인지는 잘 모르겠다. 우리는 정치인이나 공권력의 거짓말에 너무나 익숙하다. 그러니 거짓말에 대한 내성이 커져서 너도 나도 거짓말에 무감각해지고 있다. 그리하여 사회 전체에 거짓의 총량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사회 전체에 거짓의 총량이 늘어나면 반드시 부작용이 생기게 된다. 군포 연쇄살인사건의 피의자가 사이코패스라고 한다. 사이코패스는 사회에 반감을 가진 인격장애자를 말한다. 모두가 싫어하는 사이코패스는 사회의 늘어난 거짓 환경에서 더 쉽게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따뜻한 마음과 배려'를 생각해야 한다. 추기경이 바라셨던 사랑의 실천은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부터 먼저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전광진 신부(천주교 대구대교구 사목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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