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새 학기를 맞이하며

2월에서 3월로 넘어가는 요즈음은 참으로 바쁜 것 같다. 추운 겨울이 끝나고 따뜻한 봄이 오는가 하면 한 학년이 끝나고 새로운 학년을 맞이하고 졸업을 하고 입학을 한다. 졸업은 끝이 아니고 새로운 시작이며 같이 가는 것이 아니고 홀로 가야 한다는 부담을 준다. 나도 최근 한 연수회를 수료했는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 같고 마음도 더 조급해진다.

봄방학이 되면 병원도 예외가 아니어서 이전보다는 모두 덜 바쁘다고 하지만 다른 달에 비해서는 환자가 많다. 특히 중·고교생 중에는 봄방학 동안 치료를 받으려고 오는 경우가 많다. 요즈음 가장 시간이 없고 바쁜 사람들이 학생들인 것 같다. 병원 근처에 중·고교가 있어 학생들이 치료를 하려고 자주 오는데 치아 상태가 별로 좋지는 않다. 치료를 받으러 올 때마다 치료확인서를 요구하기도 하는데 그 이유를 물어보면 자습시간에 오기 때문에 학교에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너 어지간히 선생님 말씀 안 듣는구나, 얼마나 못 믿겠으면 병원에 올 때마다 확인서 가져가느냐, 치료 끝나면 다른 데로 새지 말고 바로 학교로 가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면 자기는 "절대 그런 학생이 아니다"면서 선생님이 이상하다고 변명을 한다. 우리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몇 년 전 고교생 두 명이 병원에 왔는데 친구 사이라고 보기에는 이상했다. 우선 치료 받는 학생은 가만히 있고 따라온 학생이 접수를 하고 치료 비용에 대해 물어보기에 자세히 보니 한 학생의 앞니가 조금 파절돼 있었다. '둘이 싸운 것 아니냐?'고 물어보니 절대 싸운 것이 아니고 친구가 넘어져서 같이 왔다고 한다. 그래도 의심스러워 보호자에게 연락하려니 둘 다 제발 연락하지 말고 치료해 주면 좋겠다고 애원을 한다. 치료를 다하고 진료비를 내는데 따라온 학생이 지불하는 것이 아닌가. '역시나 싸웠군' 하고 생각하고 두 학생을 불러 자세히 물어보니 머뭇머뭇하면서 이야기를 한다. 며칠 전에 둘이 싸워서 앞니가 부러졌는데 자기들끼리 합의해서 때린 학생이 치료비를 마련하기로 했다고 한다. 전후 사정이 어떻게 되었던 자기들끼리는 상당히 고민을 많이 한 것 같았고 좀 순진하다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는 어른들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어 치료비에서 이만원을 주면서 '앞으로 싸우지 말고 떡볶이나 사먹고 화해하라'며 보낸 적이 있다. 둘이 화해하고 좋은 친구가 되었는지 원수로 지내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새학기가 시작되고 입학하는 따뜻한 봄이 오는 것을 보니 문득 학창시절에 함께 라면에 밥 말아 먹던 친구들이 생각난다.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 연락처가 없네'. 역시 추억은 확인해 보는 것보다 추억으로 남겨두는 것이 나은 것 같다.

장성용 민들레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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