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생활 속 중년 질환] 중년 남성의 건강 신호등 '전립선'

'피곤하다. 지친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아프지 않은 데가 없다. 푹 좀 쉬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40, 50대 중년 남녀의 차마 내뱉지 못하는 속마음이다. 아파도 아프다 소리도 못하고 아파서도 안 되는 게 우리네 40, 50대다. 20, 30대엔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몸과 마음이 혹사당했고 중년이 되면 좀 안정되나 했지만 해야 할 게 더 많아 완전 녹초가 된다. '종합병동'이 따로 없을 정도다. 직장과 가정에서의 과로, 무거운 책임, 잘못된 생활 습관 및 식생활 등 때문이다. 흔히들 40, 50대를 생애전환기라고 한다. 건강에 가장 신경을 많이 써야 할 때란 말이다. 이 시기에 건강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노년 건강은 물론 건강한 가정도 책임질 수 없다. '이미 늦었다' 생각 말고 이제부터라도 생활습관부터 바꿔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40, 50대가 두려워하는, 그래서 더욱 조심해야 할 '생활 속 중년 질환'을 살펴본다.

박인수(48)씨는 화장실 가는 것이 두렵다. 회의, 모임 자리에서 자주 화장실을 들락거려 부끄럽고 눈치도 보이지만 막상 소변을 볼 때면 소변 줄기가 시원하지 않고 가늘고 약해 속상하다. 소변을 본 뒤에도 개운하지 않고 요도가 찌릿찌릿하거나 아프기도 하다. 그래서 소변 보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다. 박씨는 "소변 본 뒤 얼마 안 돼 다시 화장실 가고 싶고, 밤에도 자다 여러번 일어난다"며 "심할 땐 아예 소변이 마려운데도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어 한참 서 있다 주변 사람을 의식해 그냥 나오기도 한다"며 하소연했다.

"화장실 가기가 겁나요."

40대 이상 중년 남성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 중 하나가 바로 전립선 질환이다. 전립선에 이상이 생기면 소변을 자주 보는 빈뇨, 소변을 볼 때 통증을 느끼는 배뇨통, 소변을 봐도 시원하지 않는 잔뇨, 수면 중 소변을 보는 야뇨, 소변을 참지 못하는 급박뇨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더욱 난감한 것은 소변을 보고 옷을 입은 뒤 남아 있던 소변이 새어 나와 속옷을 적시는 경우다. 문제는 이러한 증상을 호소하는 중년이 한두명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모두 전립선에 이상이 생긴 탓이다. 대표적인 전립선 질환에는 나이가 들수록 많은 전립선 비대증과 전립선암, 젊은층에서 많이 발생하는 전립선염 등이 있다. 전립선 질환, 어떻게 대처해야 될까.

◆전립선이란

전립선은 남성에게만 있는 장기로, 방광 바로 아래에 위치하고 요도를 바퀴모양으로 둘러싸고 있는 호두알 크기의 분비샘이다. 주로 정액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데 배뇨와 발기, 사정에 관계하는 근육과 신경들이 붙어 있어 '배뇨 조절 및 사정, 발기의 사령탑'이라 불리기도 한다. 전립선 질환은 이러한 역할을 하는 전립선이 비대해지거나 염증이 생겨 발생하는 각종 질환으로, 고령화 및 식생활의 서구화 등과 관계가 있다. 또 과도한 남성호르몬제 복용 등으로 인한 남성호르몬 불균형과 유전 및 환경, 체질, 영양적 요인 등도 전립선 질환을 증가시키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빈뇨, 잔뇨, 배뇨통, 급박뇨 등 증상 외에도 소변이나 정액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경우도 있고 야뇨 때문에 불면증 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또 치료하지 않고 방치해뒀을 경우 2차성 세균 감염이나 신경정신과적 문제로 조루증 또는 발기 장애를 유발하기도 해 조기 발견으로 치료하는 것이 최선이다. 간혹 전립선 질환 때문에 자녀 출산 등 감염을 걱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성병이 아니기 때문에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전립선 비대증

전립선 질환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비대증이다. 전립선 비대증은 전립선이 커져 요도를 압박하는 질환으로, 소변 줄기가 힘이 없고 가늘며 소변이 자주 마려운 등 배뇨 곤란 증상을 유발한다. 50대에는 50%, 60대엔 60%, 70, 80대엔 80% 이상이 비대증을 가지고 있다고 할 정도로 중·고령 남성의 대표적인 질환이다. 그러나 증상만으로는 전립선암과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하다. 전립선의 크기, 경도, 전립선암과의 구별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검사는 직장수지검사로, 항문에 검지손가락을 넣어 전립선을 만져보는 검사다. 이 밖에도 소변량, 소변 속도를 측정하는 요속검사를 비롯한 초음파 검사, 특이항원검사 등도 전립선 진단에 도움이 된다. 비대증이 심하지 않은 경우 알파차단제 등 약물 치료가 효과적이고, 증상이 심할 경우엔 항남성 호르몬제를 통해 전립선 크기를 감소시키는 방법이 사용된다. 전립선 비대증은 진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평생 투약하는 경우가 많다. 전립선 비대증이 심해 심한 잔뇨, 잦은 혈뇨, 소변이 완전히 막히는 증상, 방광 결석 등 2차 합병증을 보일 경우나 약물 치료가 효과가 없을 땐 개복이나 내시경 등의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전립선암

전립선암은 초기엔 거의 증상이 없고 있다 해도 양성 전립선 비대증이나 전립선염과 증상이 비슷해 구분하기 쉽지 않다. 40세 이하 남성에게는 거의 발견되지 않고 나이가 들면서 발병률이 증가하기 때문에 앞으로 가장 중요한 중·노년 암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 한국중앙암등록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전립선암 증가율은 211%로, 대장암 184%, 폐암 123%, 방광암 및 간암 120%, 위암 115%보다 월등히 높았다. 예전엔 전립선암을 예방하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는 호박, 당근, 시금치 등 녹황색 야채와 콩으로 만든 된장 및 두부, 마늘을 많이 먹었지만 최근 식생활의 서구화로 육류, 특히 붉은색 육류를 많이 먹으면서 전립선암 발병률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 전립선암은 생기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만약 발생했다면 암 크기가 작을 때 일찍 발견해 조기 치료하는 게 최선이다. 가족력이 있거나 육식을 좋아하고 비만한 남자들의 경우 특히 조심해야 한다. 현재로선 개복 및 복강경, 로봇 수술 등을 통해 전립선 및 정낭을 제거하고 방광과 요도를 연결하는 근치적 전립선 적출술이 최상의 치료법이다.

◆전립선염

성인 남성 절반 이상이 평생에 한번 이상 걸릴 정도로 발생 빈도가 높은 병이다. 전립선염 원인엔 세균성과 비세균성이 있는데 비세균성이 많다. 때문에 성병균으로 인해 전립선염에 걸리는 경우는 드물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특히 만성 전립선염을 앓는 경우가 많은데 오랜 시간 소변을 참으며 앉아 있어야 하는 직업인에게 많이 생기고 신경이 예민하거나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발생하기 쉽다. 만성 전립선염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증상이 지속되면서 삶의 질을 떨어뜨리거나 성기능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성 전립선염 증상은 아주 다양한데 배뇨 곤란, 빈뇨, 야간뇨와 함께 방광 자극 증상, 하부 허리 통증, 회음부 통증 및 불편감 등이 대표적이다. 세균성 전립선염은 항생제로 치료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비세균성은 아직 이렇다할 치료 방법이 없는 상태다. 만성 세균성 전립선염의 경우 알코올이나 커피 증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고 정기적으로 온수 좌욕을 하거나 규칙적으로 사정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호준기자hoper@msnet.co.kr

도움말·박윤규 경북대병원 비뇨기과 교수

※대한비뇨기과학회가 제시한 전립선암 예방 7대 원칙

1. 50대 이상 남성은 매년 한번 전립선암 검진을 받는다.

2. 가족 중 전립선암에 걸린 사람이 있다면 40대부터 매년 전립선암 검진을 받는다.

3. 된장, 두부, 청국장 등 콩이 많이 함유된 식품을 먹는다.

4. 동물성 고지방식을 피한다.

5.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많이 섭취한다.

6. 항산화물질인 라이코펜이 풍부한 토마토를 익혀 먹는다.

7. 주 3번, 30분 이상 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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