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성 내사시·사시 구별법은?

주부 김순임(31)씨는 얼마 전 10개월 된 아들을 데리고 동네 안과를 찾았다. 아들의 눈이 안쪽으로 몰린 것 같다는 시어머니의 말씀을 듣고 사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김씨는 "그전까진 전혀 의식하지 못했는데 어머님 말씀을 듣고 다시 보니 약간 몰린 것 같기도 해 여기저기 물어보다 결국 검사받으러 갔다"며 "'가성 내사시'란 진단을 받고 안심했지만 확인 전까진 '정말 사시면 어떡하나' 조마조마했다"고 말했다.

부모 중 상당수는 한번쯤 어린 자녀의 눈을 보고 '사시가 아닐까' 걱정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검은 눈동자가 안쪽으로 몰린 것처럼 보이면 '설마' 하면서도 불안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 경우 거짓 내사시일 가능성이 크다. 물론 우리나라 어린이 중 사시 환자가 100명에 2, 3명꼴(2, 3%)이나 되기 때문에 조금 이상하다 싶으면 전문의의 진단을 받는 게 좋다. 그렇다면 거짓 내사시(가성 내사시)란 무엇이고, 사시와 어떻게 구별될까. 또 집에서 부모가 거짓 내사시 여부를 확인할 방법은 없을까.

◆거짓 내사시(가성 내사시)란

거짓 내사시(사진 ①)는 실제론 사시가 아닌데 외관상 사시처럼 보이는 경우다. 이는 동양권 어린이들에게 많이 생기는데 미간이 넓은데다 눈 사이의 코뼈도 오똑하지 않아 눈 안쪽 피부가 양쪽 눈 안쪽 흰자위를 많이 덮기 때문이다. 앞을 볼 때 안쪽 흰자위보다 검은 동자 바깥쪽의 흰자위가 더 많이 보여 마치 검은 동자가 안으로 몰려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것. 이 경우엔 사시가 아니기 때문에 치료가 필요 없다. 성장하면서 콧등이 높아지고 얼굴살이 빠지면 눈 안쪽 피부가 콧등 쪽으로 당겨져 거짓 내사시도 자연적으로 사라진다.

거짓 내사시라면 보통 얼굴 윤곽이 대충 자리 잡히는 8세 전에 증상이 사라진다고 보면 된다. 물론 얼굴 형태에 따라 차이가 나기 때문에 청소년, 어른이 될 때까지 거짓 내사시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선천성 내사시의 경우 생후 6개월 내에 많이 나타나기 때문에 생후 100일 이후 사시 증상을 보인다면 전문의를 찾아 진단을 받는 게 좋다. 보통 생후 3, 4개월이 되면 두 눈을 사용해 사물을 보는 기능이 발달하면서 원근감, 입체감을 느끼게 돼 안구가 서서히 정상 위치를 찾아가기 때문이다. 당연히 100일 이전엔 사시는 물론 거짓 내사시를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할 수 있다.

◆자가진단법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하지만 우선 걱정이 된다면 집에서 간단하게 거짓 내사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사진 ②)도 있다. 평소 아이가 관심 있어 하는 물건을 정면으로 보게 한 상태에서 눈 안쪽 피부를 콧등 쪽으로 당겨 양쪽 눈의 안쪽 흰자위가 같은 비율로 보이면 거짓 내사시로 보면 된다. 또 자녀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눈을 맞춘 상태에서 아이 눈동자 위치를 확인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때 양쪽 눈이 코를 중심으로 좌우대칭인지를 확인하는데 한쪽 눈의 코쪽 흰자위가 반대쪽보다 적거나 많아 비대칭을 이루면 사시를 의심해 볼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소아 사시 환자 가운데 가장 많은 간헐성 외사시는 평소엔 눈 위치가 정상으로 있다가 가끔 눈이 바깥으로 잠시 돌아가기 때문에 한번이라도 두 눈 흰자위의 좌우 비대칭이 발견되면 안과 진료를 받아 보는 게 좋다. 또 겉보기엔 별다른 이상이 없어도 햇빛에 노출됐을 때 한쪽 눈을 찡그리고 눈을 자주 비비거나 옆으로 째려보듯 보며 아침에 일어난 직후 피곤할 때 한쪽 눈의 초점이 이상해 보이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소아 사시의 대표적인 증상이기 때문이다.

◆방심은 금물

안과에서 거짓 내사시 진단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해서 평생 사시 발생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기 때문에 방심해선 안 된다. 후천적인 사시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2세 전의 거짓 내사시 진단은 선천적인 사시가 아니라는 것일 뿐 후천적 사시가 생기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 거짓 내사시 진단을 받은 뒤 사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안심하고 있다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적잖다. 한 외국 조사'연구에 따르면 사시 환자 753명 중 절반 정도인 352명이 이전에 거짓 내사시로 진단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우리나라 경우도 사시 환자 중 만 2세 이후에 생기는 후천성 사시가 많기 때문에 평소 자녀의 눈 상태를 잘 관찰해 이전에 거짓 내사시 진단을 받았더라도 조금 이상하다 싶으면 다시 진료를 받는 게 좋다. 또 거짓 내사시가 나타나는 시기에 영아내사시나 조절 내사시, 감각 내사시 등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고 정확한 진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

◆거짓 내사시와 구분해야 하는 사시

생후 100일에서 초교 입학 전 사이에 거짓 내사시와 구별해야 하는 진짜 사시에는 영아내사시(사진 ③), 조절 내사시 등이 있다. 이들 사시는 소아 때 눈이 안으로 몰리는 대표적인 사시로, 일찍 발견해 치료하는 게 최선이다. 영아내사시의 경우 생후 6개월 내에 발견되고 한쪽 눈이 심하게 안쪽으로 몰리는 게 특징이다. 수술적 치료가 원칙이고 늦어도 2세 전에 수술하는 것이 입체시, 원근감 등 양안 시기능 발달에 도움이 된다. 또 조절내사시(사진 ④⑤)는 주로 만 1~3세에 발생하고 심한 원시로 인해 눈이 안쪽으로 몰리는 게 특징이다. 적절한 원시교정안경을 쓰면 눈이 모이는 것을 풀어주고 똑바로 교정되는 경우가 많다. 발견 시기를 놓치거나 치료가 늦어지면 약시가 생겨 치료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도움말'최윤영 현대안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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