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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은행 '하춘수 체제' 의미는?

▲ 대구은행 행장후보로 추천된 하춘수 수석부행장. 그는 오랫동안 기업영업본부장으로 활동하면서 지역 경제계를 가장 잘 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소기업 현장을 방문한 하춘수(오른쪽 두번째) 대구은행장 후보. 매일신문 자료사진
▲ 대구은행 행장후보로 추천된 하춘수 수석부행장. 그는 오랫동안 기업영업본부장으로 활동하면서 지역 경제계를 가장 잘 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소기업 현장을 방문한 하춘수(오른쪽 두번째) 대구은행장 후보. 매일신문 자료사진

최종적으로 행장이 되기까지 아직 몇가지 절차가 남아있지만 '하춘수호(號)'가 출항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가 오랫동안 대구은행의 임원으로 활동하면서 충분한 내외부 검증을 거쳤고, 호평까지 받았기 때문이다.

◆하춘수 행장 후보는 누구?

그는 편지를 잘 쓴다. 생일을 맞은 여직원이 있으면 편지를 써 조그만 선물과 함께 건넨다. 그는 편지와 선물을 받는 대상을 선정하는 데 직위의 높고 낮음을 가리지 않는다. 직원들의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심지어 빼빼로데이·화이트데이 등이 닥쳐도 그는 뭔가를 준비해 아낌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준다. 대구은행에서 인기투표가 이뤄진다면 최다 득표자는 당연히 하춘수 행장 후보가 될 것이라는 데 조직 구성원들의 이견은 없다.

"저 사람 말이야. 부장이 되면, 부행장이 되면 저런 일 이제 안 할거야. 인기 끌기 위한 쇼 아냐?" 이런 비아냥도 있었다. 하지만 부장이 되고, 부행장에 오르고, 수석부행장 자리에 앉았어도 그는 이런 일을 멈추지 않았다. 직원들의 탄복이 터져나온 이유다.

하 후보는 구성원들로부터의 신뢰는 물론, '실력'에 있어서도 항상 1등이었다. 그가 지나쳐온 삶의 궤적을 살펴봐도 검증 가능한 것.

그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특유의 성실함으로 가난을 극복, 김천 성의상고를 1등으로 졸업했다. 이 성적이면 당시 최고 선호직장이었던 한국은행에 갈 수 있었지만 고향이 좋다며 대구은행을 선택했다.

그는 배움에 대한 열정을 멈추지 않았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진학을 잠시 유보하고 취직을 했지만 이내 학업을 지속, 영남대 경영학과를 거쳐 경북대에서 석사 학위까지 받았다. 그는 "은행 입행 초기 너무 바빠 다른 것은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낮엔 일, 밤엔 공부 이것 외에는 없었다"고 했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그는 신앙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은행 내에서 누구나 되고 싶어하는 서울분실장·행장 비서실장·본점 영업부장 등의 요직을 거쳤고 마침내 수석부행장을 거쳐 행장 후보까지 됐다.

◆대구은행, 자존심을 세우나?

대구은행 공채 출신 하춘수 수석부행장의 행장 후보 등극은 대구은행 조직 구성원들에게도 '큰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샐러리맨이 그 조직 내에서 CEO로까지 성장할 수 있다는 희망을 재확인시켜준 것이다.

대구은행은 '독특한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 다른 은행의 경우, 외부에서 CEO가 '날아드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대구은행은 그렇지 않다. 9대까지 행장이 나오는 동안 외부에서 행장이 들어온 것은 6대 홍희흠 행장이 유일하고 모두 조직 내에서 승진 형태로 CEO가 배출됐다.

더욱이 대구은행의 역사가 길어지면서 몇해 전부터는 대구은행 신입 행원 공채 출신이 마침내 행장이 되기 시작했다. 그 첫번째가 현 이화언 행장이고 하춘수 후보가 행장이 되면 두번째 사례가 된다. 이화언 행장은 1970년, 하춘수 후보는 1971년 대구은행 공채로 들어왔다.

조직 내에서 CEO가 나오는 것은 대구은행의 인재 양성 시스템과도 연결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구은행은 실적 부진자에 대해서는 명예퇴직·후선으로의 퇴진 등 시중은행도 입을 딱 벌릴 만큼의 가혹한 제재조치를 취하고, 실적이 좋은 사람은 학벌·연공서열을 무시하고 과감하게 발탁해오고 있다.

이화언 행장이 들어오면서 실력·실적 위주 인사는 더 가속도를 냈고 '부장급 최고 요직'으로 불리면서 50대의 전유물이었던 본점 영업부장에 40대 부장이 전격 발탁·기용되기도 했다.

한편 샐러리맨 CEO 사례는 최근 다른 업종에서도 많아지고 있다. 지역 출신인 강덕수 STX그룹 회장이 대표적이고, 지역 최대 제조업체인 한국델파이 지기철 사장도 공채로 들어온 뒤 CEO 자리에 올랐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하춘수 대구은행장 후보 약력=1953년 김천 출생. 김천 성의상고·영남대 경영학과 학사·경북대 경영대학원 재무관리 석사. 1971년 대구은행에 입행, 서울분실장·경주지점장·행장 비서실장·본점 영업부장 등의 요직을 거친 뒤 2004년 부행장에 올라 정보시스템본부장·기업영업본부장 등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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