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유례없는 불황으로 자동차 판매는 급감하고 유통업체 매출은 뚝 떨어졌다. 하지만 불황 속에서도 꿋꿋이 판매왕을 해가며 자신의 영역을 지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지역 자동차 및 백화점업계에서 최고의 판매왕으로 평가받는 사람들의 노하우는 무엇일까. 이들의 공통점은 열정과 노력은 물론 스스로 터득한 노하우가 있었다. 그들의 노하우는 한 분야에서 한 우물만 파는 성실함이었다.
◆자동차 판매왕
임종국(48) 기아차 동대구지점 부장은 지난해 160대를 팔아 대구지역 기아차 판매왕을 차지했다. 임 부장은 "언변이 뛰어나지도, 잘 생기지도 않았다"면서 "별명이 'FM'이듯 기본에 충실한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털어놨다.
임 부장은 차를 팔기 위해서는 사람들에게 호감이 갈 수 있도록 성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형제에게도 신뢰감을 주지 않으면 차를 사지 않는다는 것. 동기회 등 각종 모임에 나가지만 스스로 차를 판다는 얘기를 하지 않는다. 영업 얘기하면 차 팔려고 왔느냐고 오해하기 때문에 명함도 돌리지 않는다.
그는 신입사원 때부터 고객들에게 DM을 발송했다. 요즘엔 대부분의 영업사원이 DM을 발송했지만 당시엔 일상화되지 않았다. 고참들로부터 건방지다며 손가락질을 받았지만 효과가 컸다. 입사한 이듬해 100대를 판매한 것이다. 고객이 늘면 늘수록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올해 자동차 시장은 더 나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올해 목표를 지난해 실적보다 40대나 낮췄다. 정년까지 10년 남았다는 그는 영원히 영업맨으로 남고 싶단다. 그는 "차를 많이 팔겠다는 욕심보다는 고객에게 최선을 다하는 성실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렉서스 대구전시장인 YM모터스의 서청덕(40) 팀장은 작년에 55대를 팔았다. 국산차 판매량에 비해 낮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차량 한대 평균 가격은 6천500만원, 총 판매액은 40억원에 달한다. 수입차 시장이 전체 자동차 시장의 5%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실적이다. 그는 경상도 사람들은 마음의 문을 열기가 힘들다고 했다. 마음의 문을 여는 데는 술이 최고다. 그는 일주일에 세번 고객과 술자리를 가진다. 하지만 술자리에서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일 수 없다. 실수하면 고객이 기억하기 때문에 100% 자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없는 점은 스트레스다. 서 팀장은 영업에서 단거리 주자보다 장거리 주자가 되려고 한다. 눈 앞의 한 대에만 집중하면 곧 한계에 부딪친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감이 없으면 차를 팔 수 없다"면서 "고객에게 신뢰와 믿음을 주면 또 찾게 된다"고 강조했다.
◆백화점 판매왕
지난해 매출액 18억원을 기록한 대백프라자'노스페이스'의 숍매니저 박은정(38)씨는 힘든 시절도 있었다. 매니저를 맡은 뒤 몇 달 동안은 매일 울고 싶었고 그만두고 싶을 정도였다. 당시엔 지금처럼 브랜드 인지도가 높았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점퍼 하나만 달랑 팔고 마감하는 날도 있었다고 한다.
처음 몇 달간의 시행착오를 겪은 뒤 박씨는 고정고객 관리가 매출을 좌우한다는 것을 깨닫고 고정고객 만들기에 들어갔다. 고정고객들과 함께 정기적인 산행을 가는 등 자신만의 특별한 고객 관리법을 운영해 호응을 얻었다. 제품을 구매한 고객은 물론 반품을 위해 방문한 고객을 더 친절하게 응대해 추가로 상품을 구매하게 만들었다. 그는 "전국에서 가장 뛰어난 매장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면서 "진정한 세일즈 여왕이 되고 싶다"고 웃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의 여성복브랜드 '가나스포르띠바' 숍매니저 김명희(49)씨는 지난 2003년 오픈 이후 줄곧 매출 1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 매장의 지난해 총 매출은 10억원에 육박한다. 전년에 비해 무려 20% 이상 높은 신장률을 기록했고 전국 27개 매장중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이는 김씨의 든든한 고객 덕택이다. 김씨는 2천여명의 고객명단이 있다. 20여년간 판매활동을 하면서 인연을 맺은 고정고객들로 이 중 500여명은 거의 매달 매장을 방문한다. 이 매장은 항상 고객들로 붐빈다. 하지만 붐비는 사람 숫자만큼 매출이 높게 나오지 않는다. 하루 매출이 100만원이 안 나올 때도 많지만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다과비용은 하루 20만원 이상이다. 하지만 그는 항상 상냥하게 고객들이 편안하게 매장에서 쉬다가 갈 수 있도록 배려한다. 쉬고 있다가 우연히 눈에 띈 상품들을 사 가는 고객들이 많다는 것.
김씨는 또 20여년동안 백화점 정기휴무외에는 한번도 쉰 적이 없다. 김씨는 "장사를 한다는 것은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면서 "어떠한 장사를 하더라고 성공하려면 휴무없이 문을 열어 고객들이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동아쇼핑 '진도모피' 숍매니저 서영미(43)씨가 지난해 올린 매출액은 10억원이다. 모피 한벌 가격은 300만~400만원으로 고가이지만 경기불황에도 타격을 받지 않은 것이다. 의류판매업 경력 15년째를 맞은 서씨는 물건을 무조건 팔려고 달려들지 않는다. 특히 모피는 단가가 비싸기 때문에 고객이 매장을 방문하면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애쓴다. 상품 설명부터 하는 것이 아니라 날씨 등 가벼운 얘기로 대화를 시작한다. 자연스럽게 친분이 쌓이면 판매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불황 속에서도 올해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20% 정도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씨는 "불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매출을 더 올릴 자신이 있다"면서 "노력하는 만큼 매출이 나오는 영업이 천직"이라고 웃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