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판박이 학교 "NO" 색다른 교육 "OK"

▲ 대구 봉덕초교 학생들은 매일 1시간 정도 육하원칙에 따른 공책 쓰기가 습관화돼 있다.
▲ 대구 봉덕초교 학생들은 매일 1시간 정도 육하원칙에 따른 공책 쓰기가 습관화돼 있다.
▲ 대구 도원고는 7년 동안 장애학생들과 함께 수업하는 통합수업이 활성화돼 있다.
▲ 대구 도원고는 7년 동안 장애학생들과 함께 수업하는 통합수업이 활성화돼 있다.
▲ 칠곡군 관호초교 학생들이 미군들과 함께 대형소매점 등에 들러 물건을 사면서 생생한 영어를 배우고 있다.
▲ 칠곡군 관호초교 학생들이 미군들과 함께 대형소매점 등에 들러 물건을 사면서 생생한 영어를 배우고 있다.
▲ 포항 기계중 상옥분교장 학생들은 독서실에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 포항 기계중 상옥분교장 학생들은 독서실에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학교 교육에도 '색깔'이 있다. 단순히 화려한 외관이나 활발한 교과공부 이야기가 아니다. 틀에 박힌 환경 속에서도 뭔가 남들과 다르고 실속있는 교육을 펼치려는 학교들이 많다. 그런 학교들에게 주는 상이 있다. 바로 '100대 교육과정 우수학교'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역 및 학교 여건을 반영한 학교 교육과정 우수학교를 발굴하기 위해 해마다 전국적으로 초등학교 50개, 중학교 30개, 고등학교 20개를 선정한다. 올해 대구경북에선 모두 12개교가 뽑혔다.

◆대구 봉덕초교 'Power-Up'

이 학교의 교육과정은 한마디로 'Power-Up'(파워-업)이라고 말할 수 있다. 교사들의 수업 능력을 높이기 위한 '파워' 프로그램과 학생들의 학습력을 높이기 위한 '업' 프로그램이 있다. 파워 프로그램의 대표적인 것은 '수업분석표'다. 교사들은 대구교육인터넷방송에 탑재돼 있는 대구 연구교사들의 수업을 시청한 후 자신의 수업과 세세하게 비교해보는 것. 매월 두 차례씩 이 같은 수업분석표를 만들고 있다. 최영자 교사는 "40분 수업을 하면서 스스로 학습지도나 교재 등이 목표에 이르렀는지를 점검해 본다"며 "이를 통해 스스로 자기 수업법을 반성하고 전문성을 높이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학력 향상을 위한 업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공책 쓰기와 오답노트 쓰기가 핵심. 학년 초에 담임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공책 쓰기 방법을 가르친다. 육하원칙에 따라 날짜와 공부한 문제가 무엇인지, 누구와 공부했는지, 어떻게 공부했고 느낀 점은 무엇인지 등을 하루에 1시간 정도 공책에 기재하도록 한 것. 최 교사는 "공책 쓰기를 통해 학생들에게 동기부여가 되고 자기주도적인 학습력이 길러진다"고 했다.

또 틀린 문제와 오답, 정답을 쓰는 오답노트를 만들게 해 자기평가와 친구평가, 교사평가 등을 기록하도록 했다. 형성평가 점수와 학업성취도 점수 등을 기록하고 좋은 점수를 받은 학생에겐 일정량의 스티커를 줘 매월 스티커 양에 따라 시상하는 '학력통장제'도 학생이나 학부모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대구 도원고 '통합수업'

도원고는 2003년 개교 이후 줄곧 '통합수업'을 하고 있다. 발달장애나 신체장애가 있는 학생들이 학년별로 10여명씩 있는데 이 학생들을 위해 특수학급을 운영하고 일반 학생들과 같이 수업도 하는 것. 오순옥 교사는 "장애 정도나 학생 희망에 따라 특수학급에서 하는 수업과 일반학급에서 하는 수업을 섞어 듣는다"고 말했다.

학년별로 특수교사가 1명씩 있는데다 보조교사까지 있어 장애학생들의 손과 발이 되고 있다. 매일 뒷산에 올라 가 체력단련을 하거나 현장 체험학습을 갈 때도 항상 옆에 붙어 도움을 주고 있는 것. 또 가끔 일반 학생들과 갈등이 있을 땐 수시로 장애 이해를 위한 토론을 하고 교육도 한다.

방과후학교 시스템도 이 학교의 자랑거리. 대학 강의를 본 따 '내 수준, 내가 고르는 방과후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여러 강좌 중 희망하는 강좌를 선택하고 자신의 수준에 맞춰 3개 반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예를 들어 국어의 경우 3명의 담당교사가 같은 과목을 개설하되 각기 수준이 다른 강좌를 만드는 것. 오 교사는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인터넷으로 수강신청을 하고 1년에 4차례 프로그램을 바꾸고 있다"고 했다. 또 학생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실시해 학생들 입장에서 방과후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어교육도 활성화돼 있다. 영어와 중국어, 일어 등의 과목에 각각 원어민 보조교사가 있어 학생들이 좀 생생한 표현을 배울 수 있다.

◆칠곡 관호초교 '작지만 강한 학교'

경북 칠곡군 관호초교의 이미지는 '작지만 강한 학교'다. 2005년에 전교생이라곤 30여명에 불과해 폐교 위기까지 몰렸지만 가까스로 살아난 뒤 확 달라졌다. 지난해 전교생은 76명, 올해는 86명으로 매년 학생들이 늘고 있는 것. 이는 무엇보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고 흥미도를 높여 학생들이 찾아오는 학교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학교는 지난해 5가지 인간상을 설정하고 그에 따른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IQ'(지적 지수)라는 독특한 영어프로그램들을 통해 학생들의 영어공부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킨 것. 매주 4차례 아침에 EBS 영어방송을 듣고 그 내용이 담겨있는 교재를 별도로 마련해 재량 영어시간 등에 또다시 가르쳤다.

또 EBS 영어방송과 관련된 내용으로 교내 영어동화대회를 열어 놀이와 공부가 함께 이뤄지도록 했다. 인근에 근무하는 미군들이 매주 두차례 학교를 방문해 무료로 강의와 소규모 협동 학습을 해주는가 하면 매월 한차례 학생들과 함께 시장이나 서점 등을 찾아 살아있는 영어체험학습을 하고 있다. 또 'CQ'(창조성 지수)를 설정해 매월 한 차례 무료 체험학습을 떠난다. 이정희 교사는 "에너지체험이나 선비체험 등 대부분의 체험학습이 공모를 통해 이뤄져 학생들이 아무 부담없이 갈 수 있었다"고 했다.

또 학생들끼리 교내 알뜰시장을 열어 그 수익금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거나 일주일 동안 부모 직장 체험이나 진로캠프 등도 열고 있다.

◆포항 기계중 상옥분교장 '작은 것이 힘'

전교생이라곤 12명에 불과한 산골학교. 하지만 학생 수가 적은 점을 오히려 장점으로 살린 곳이 이 학교다. 학생들은 등교하면 교내 독서실부터 찾는다. 학생 개별적으로 도서관 내에 칸막이가 달린 독서실 책상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 그곳에서 학생들은 수업 시작 전까지 개인 공부를 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또 도시학교와 달리 교사와 학생이 가족처럼 무엇이든 함께 한다. 특히 학교 내에 미니골프 연습장과 테니스장, 탁구장 등 다양한 체육 시설이 있어 함께 운동을 즐긴다.

수업 시간에 거의 개인지도를 하고 야간공부방도 운영한 노력 덕분에 학생들의 학력이 도시학교에 비해 별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학교측의 설명이다. 윤운자 교감은 "8명의 교사 모두 교육학 석사인데다 교육 경력이 20년이 넘는 베테랑"이라며 "아이들 지도에는 어느 학교보다 뒤지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해엔 다양한 체험학습도 이뤄졌다. 특히 지난해엔 경북도교육청으로부터 농산어촌 학교군에 지정돼 학생들이 무료 현장 답사를 많이 경험한 것. 윤 교감은 "인원이 적어 멀리 떠나는 체험학습의 경우 학생들의 비용 부담이 컸다"며 "지난해엔 교육청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부담 없이 체험학습을 갈 수 있었다"고 했다. 울릉도와 거제도, 울산 현대자동차 등 평소 학생들이 가기 힘든 곳을 체험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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