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최고의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일컬어지는 세바스티앙 살가도(Sebastiao Salgado'1944~ ). 사진에 문외한이라면 이름은 낯설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출판물, TV 화면을 통해 한 번쯤은 접해봤을 만큼 널리 알려져 있다. 흑백의 강렬한 대비를 통해 세상을 보여주는 그의 사진은 보는 이를 불편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것이 진실'이라고 살가도는 침묵 속에서 웅변한다.
올해 65세인 살가도는 빈부 격차가 심한 브라질 내륙 미나스 제라이스주의 아이모레스에서 태어났다. 미나스는 광산을, 제라이스는 광물을 뜻한다. 온갖 광물이 다 나오는 곳이라는 이름처럼 이곳은 포르투갈 식민지 시절부터 가진 자와 빼앗기는 자의 대비가 극심한 곳이었다. 이후 전도 유망한 경제학도에서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로 변신하는 배경에는 그의 고향 마을의 역사적 배경이 적잖이 작용했으리라. 미국에 유학 가서 경제학 석사, 프랑스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한 뒤 아프리카 르완다로 갔던 그가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 이유. 경제학자로서 아프리카의 참상을 보고서로 알리는 것보다 사진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근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사헬지구를 찾았을 때, 프랑스 지원 단체인 '국경 없는 의사회'와 15개월간 함께 호흡하며 아프리카인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사진에 담았다. 수많은 보도진들이 그곳을 다녀갔지만 마치 '쇼핑하듯' 2, 3일 머물면서 급하게 셔터를 눌러댄 뒤 서둘러 짐을 싸서 돌아갔다. 그들에게 아프리카는 좋은 보도거리였을 뿐 함께 호흡하는 동시대의 고통받는 인류가 아니었다.
1973년 경제학도에서 사진작가로 변신한 그는 30여년간 전 세계를 누비며 렌즈를 통해 제3세계 이웃들의 일상을 담아냈고, 사진 전문 에이전시 시그마와 매그넘에서 활동했으며, 2001년부터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유진 스미스상' 등 보도 사진상을 50여차례 받았던 그의 작품이 대구에서 선보인다. 호텔 인터불고엑스코의 아르토(ARTO)갤러리는 7일부터 4월 3일까지 호텔 및 갤러리 개관 기념 특별기획전으로 '세바스티앙 살가도 사진전'을 마련했다. 이번 사진전에서는 세계 각국에서 빈곤과 질병, 기아로 고통받고 있는 어린이들을 기록한 사진 작품 50여점을 선보인다. 아르토갤러리는 이번 전시 작품 판매 수입의 일부와 관람객 기부금 등을 모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에 전달할 계획이다. 이번 사진전의 이름도 '어린이와 함께 세상 바꾸기'(Changing the world with children)이다.
삶에 찌들고 지친 모습이 사진 속에 가득하지만 그는 결코 피사체를 동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동정은 보다 못한 처지에 놓인 이들에 대한 값싼 감정의 산물이다. 오히려 그는 공감을 호소한다. 1994년 아프리카 탄자니아 브나코에 있는 르완다 난민 캠프를 담은 사진을 보자. 내전의 참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한 장의 사진 속에서 시선은 엄마의 무릎 위에 앉은 한 아기에게 집중된다. 지친 표정이 역력한 엄마의 젖가슴을 헤치고 있는 아기는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말리에서 1985년 촬영한 두 장의 사진은 한계 상황에 처한 인류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던지는 듯 하다. '과연 이래도 되는 것인가?' 저울에 매달린 아이의 무게는 '이타심'을 부르짖는 인간의 외침이 얼마나 공허한 지 깨닫게 한다. 1995년 세르비아에서 벌어진 이른바 '인종 청소' 당시 단지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무자비한 폭력의 희생양이 돼야 했던 사람들. 산산히 금이 간 자동차 유리를 통해 비친 아이의 모습은 중세 교회를 장식하던 프레스코화를 닮았다. 053)380-0357.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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