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민들이 먹는 수돗물을 과연 안동댐에서 끌어올 수 있을까.
대구시가 지난달 하순 상수도 취수원을 안동댐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힌 후 논란이 뜨겁다. 환경단체들이 나서기도 전에 경북의 시'군들이 앞 다퉈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제대로 될지 두고 보라"고 벼르는 곳도 있다고 한다. 당연히 예상됐던 일이라는 점에서 보기가 더 씁쓸하다.
물은 생명의 근원인 만큼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수돗물의 70%를 낙동강에 의지하고 있는 대구 입장에서 보면 사흘이 멀다 하고 오염사고가 터지는 낙동강을 손 놓고 쳐다볼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취수원을 성서'구미'김천 공단 상류로 옮기려는 발상은 일견 당연하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지난달 20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한나라당, 중앙정부와 협의를 거친 끝에 대구 수돗물 원수를 안동댐에서 직접 취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취임한 지 3년도 안 돼 퍼클로레이트 사고, 김천 코오롱 페놀 사건, 고령 골재선 기름유출, 다이옥산 오염 등으로 낙동강에 시달려온 김 시장으로서는 조금이라도 빨리 시민들에게 알리고 싶은 '기쁜 소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소식은 시민들에게 채 전해지기도 전에 이웃 지자체들의 걱정과 분노부터 끌어냈다. 자칫하면 물 다툼을 본격화시키는 '도화선'이 될지 모를 상황이다.
취수의 93%를 낙동강에 의존하는 부산시의 경우를 살펴보자. 부산시는 1991년 낙동강 페놀사고 이후 남강댐과 합천댐 물을 끌어오는 방안을 추진하다 경남지역 주민들의 반발에 무산되자 장기간에 걸쳐 취수원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창원, 마산 등 경남도 내 일부 시'군들과 함께 이용하는 광역상수도 건설, 강변 여과수 이용, 해수 담수화 등이 주된 내용이다. 부산시는 2004년에 건설교통부의 수도정비기본계획에 광역상수도를 포함시켰고 2006년에는 기본계획 용역을 끝냈다. 정부가 재검토를 거쳐 지난해 말 남강댐 물을 이용한 광역상수도 건설 계획을 전격적으로 발표한 데는 이런 밑거름이 작용했다. 경남도 및 관련 시'군들과 합의하지 못해 추진이 늦어지긴 했지만 부산시로서는 공을 정부에 넘길 명분을 충분히 쌓은 셈이다.
이에 비하면 대구시는 안심하고 먹는 물을 확보하기 위해 일관성 있게 정책을 추진한다는 평가를 받기 힘들다. 취수원 다변화를 꾸준히 모색했어야 하는데 공산댐이나 가창댐을 살리는 문제 등은 소홀히 한 채 문산정수장을 추가해 낙동강 의존을 높이는 쪽으로 흘러왔다. 낙동강 취수원을 상류로 옮기는 정책으로 지난달 초만 해도 구미, 칠곡, 성주 등 350만명의 주민들이 함께 먹는 광역상수도 건설 방안을 내놓더니 보름 뒤 김 시장 발표 때는 대구 시민들만 위한 방안으로 바뀌었다.
부산시처럼 인근 지자체들과의 의견 대립을 정부에서 풀어 달라고 요구하기가 무안한 상황이다. 국토해양부, 환경부 등의 관계자들이 일제히 '모르는 일'이라며 입을 다문 것도 물 다툼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는 표현이다.
이런 상황에 정치권을 통한 일방적 추진이 과연 가능할지 걱정스럽다. 낙동강에 기대고 있는 영남 사람들 중에 낙동강 수질을 개선하는 일,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물을 만드는 일에 무관심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대구시가 보다 넓고 장기적인 시각에서 먹는 물 문제를 풀어나가기를 기대한다.
김재경 사회1부 차장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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