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 돈·주식은 외국인 봉?…금융시장 혼란 부채질

우리나라 돈값이 '똥값'이 되고, 주가도 하루가 다르게 추락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주식을 팔고, 이어 판 돈을 달러로 바꿔나가면서 주식도, 원화도 마구 내던져지고 있기 때문.

금융부문의 대혼란이 지난해 가을에 이어 또다시 재연되고 있다.

◆후진국 돈이 된 원화

불과 1년전인 지난해 이맘때만해도 1천원짜리 한장을 내밀면 1달러짜리 지폐 1장을 너끈하게 받아들 수 있었다. 일본 엔화도 마찬가지였다. 1천원짜리 한장이면 100엔짜리 지폐를 덥썩 집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원화값은 불과 1년만에 천지개벽을 했다.

원/달러 환율은 3월의 첫날인 2일 하룻동안에만 36원 넘게 폭등하면서 11년 만에 1천570원대로 상승했다. 원/엔 환율도 이날 100엔당 1천610원대로 치솟으면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날 오후 원/엔 환율은 지난 주말보다 100엔당 39.97원 급등한 1,610.89원까지 올라갔다. 1991년 고시환율 집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2일 달러값의 경우, 1,570.30원으로 거래를 마치면서 1998년 3월11일(1,582.00원)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이날 달러값은 한때 1,596.00원까지 치솟았고 3일에도 원/달러 환율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원화값의 추락은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세가 가장 직접적 원인이다. 외국인들은 최근 들어 보름 연속으로 우리나라 주식을 팔아대면서 달러를 바꿔나가고 있다. 외국인들의 매도세는 전세계 금융불안의 심화를 뜻하는 것이어서 공포는 더욱 커지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주식 마구 판다

외국인들은 이달 첫 거래일인 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4천164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하면서 15거래일째 '팔자'를 계속했다. 이날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4천496억원을 순매도했던 지난해 11월4일 이후 거의 4개월 만에 최대 수준이다.

외국인은 지난달 10일부터 이날까지 15거래일 동안 모두 2조3천825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3일에도 장초반 '팔자'를 이어가면서 16거래일 연속 매도 였다.

외국인들은 2일엔 전기전자(-944억원)를 비롯해 운수장비(-432억원), 화학(-432억원), 철강금속(-404억원), 유통(-190억원), 증권(-190억원) 등을 중심으로 모든 업종에서 매도세를 나타냈다.

외국인이 매도세를 주도하면서 2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4.22포인트(4.16%) 급락한 1,018.81로 내려앉았고 3일엔 장초반 코스피지수 1,000이 무너지기도 했다.

코스닥지수도 13.50포인트(3.72%) 내린 349.71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가 350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 1월15일(343.35) 이후 한 달 반만이다. 코스닥지수는 3일에도 장초반 또다시 하락세였다.

◆거꾸로 가는 금융시계

삼성증권 분석에 따르면 달러 환산 지수로 볼때 현재 1,000 초반인 코스피지수는 1992년 8월 수준까지 하락했다. 현재 환율은 약 1천500원선. 당시 환율이 750원선을 유지했던 것을 감안하면 현재 코스피 지수는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500포인트선까지 떨어졌다는 것이 삼성증권의 분석이다. 소비자 물가를 차감한 실질 코스피지수도 500 수준이라고 삼성증권측은 덧붙였다.

주가지수가 시간을 거꾸로 돌려 17년전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주가가 엄청나게 저렴해졌지만 외국인들은 쉽게 들어오지 않고 있다. 자신들의 돈줄이 워낙 마르다보니 사자보다는 팔자를 통해 돈 마련이 급하다. 이런 가운데 골드만삭스는 올해 코스피지수가 735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일 보도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세계 경기전망이 50년 이래 최악인 상황에서 아시아 증시가 지난해 저점 밑으로 떨어질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투자자들이 아시아에서, 특히 한국에서 위험을 헤지하고 있다"면서 "코스피지수가 연중 735까지 떨어지고 연말 전에는 945선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특히 "한국은 경제 성장과 실적 전망을 봤을 때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취약한 국가"라고 평가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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