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디어법 합의 '박근혜의 힘!'

국회의 극한대치가 2일 극적으로 타결된 데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다는 것이 공통된 평가다. 박 전 대표의 입장 변화에 따라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번갈아 가며 힘이 실렸고, 결국 여야 합의라는 결론을 도출하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26일 박 전 대표의 말 한마디에 야권이 힘을 얻었다. 한나라당 고흥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이 미디어 관계법을 기습 상정하자 박 전 대표는 "쟁점 법안일수록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국민 간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속도전'에 제동을 걸었다.

한나라당은 머쓱해졌고, 민주당은 기회를 잡았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당시 박 전 대표를 "여권 내 괜찮은 정치인"이라고 추켜세우면서 내친김에 문방위원장의 사퇴 촉구와 모든 상임위를 전면 보이콧하기로 했다. 또 문방위를 비롯해 정보위, 외교통상통일위, 정무위 등 4개 상임위의 경우 한나라당의 쟁점법안 상정을 막기 위해 실력 저지도 불사키로 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지난 2일엔 야당이 물러설 것을 요구하며 여당 편에 섰다. 그는 쟁점법안의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요구하며 농성 중인 한나라당 의원들을 방문해 "야당이 여당 안에 대해서 합의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대를 위한 반대는 안 된다"고 야권을 꼬집었다.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지원군을 얻은 한나라당은 기세가 올랐고, 김형오 의장은 결국 직권상정 목록까지 제시하며 대치 상황을 막바지로 몰았다. 민주당은 한차례 자신의 편을 들어줬던 박 전 대표를 비난하지 못했다.

결국 여야는 미디어 관련법 문제에 있어 한발씩 물러섰고, 100일간의 휴전에 전격 합의했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의원은 "2라운드에 걸친 이번 대치에서 여야는 각각 1승 1패했고, 승리하는 쪽엔 항상 박 전 대표의 '엄호'가 있었다"며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을 평가했다.

이런 '박근혜의 힘'이 어디서 나오느냐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서상기 대구시당위원장은 "박 전 대표가 말을 극도로 아끼기 때문에 한마디 한마디가 여당은 물론 야당에까지 거부할 수 없는 힘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 전 대표의 이런 '절제'가 어디서 나오느냐도 궁금증의 대상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가 국선도를 통해 평소 심신을 닦은 것이 자연스레 절제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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