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점집에 홀려 '6년여 노예생활'…20대女 기구한 사연

A씨(여)가 6년여에 걸쳐 노예와 같은 삶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2년 10월. K씨가 운영하는 대구 동구의 한 점집에 찾아간 것이 화근이었다. K씨는 "집에 사람이 계속 죽어나가는 액운이 끼었으니 굿을 해서 풀라"며 "당신은 무속인이 될 팔자니 제자가 되라"고 속였다.

가족에게 불행한 일이 생긴다는 말에 A씨는 500만원을 주고 굿을 한 뒤 K씨 집 인근에 방을 얻어 생활했다. 처음에는 부드러웠던 K씨의 태도는 곧 돌변했다. A씨가 주점에서 일하다 임신중절수술 후유증으로 그만두자, 생활비 명목으로 사채업을 하는 자신의 어머니 L씨(52)로부터 200만원을 빌리게 했다. 하루 4만원씩 100일에 걸쳐 갚는 조건이었다.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는 몇달 만에 1천500만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03년 5월 K씨 자매와 K씨의 남편, 이종사촌 N씨(27·여)는 A씨가 지방의 유흥주점에서 접대부로 일하는 조건으로 선불금 1천500만원을 받자 억지로 술을 먹여 정신을 잃게한 뒤 돈을 빼앗기도 했다. 이들 일가족은 A씨가 탈출하지 못하도록 "사채를 빌려간 뒤 도망간 사람을 1주일 만에 잡아 죽도록 두들겨 패고 폭력배들을 동원한 비용까지 포함해 섬에 팔아넘겼다"며 겁을 주었다.

일가족의 악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04년 초부터 지난 1월까지 집안에 CCTV를 설치해 A씨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면서 전화방을 통해 성매매를 하도록 강요했다. A씨는 전화방을 통해 연락온 남성들과 성관계를 가졌으며 하루 10명 이상의 남성과 동침할 때도 있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A씨가 4년여 동안 빼앗긴 화대만 10억3천만원. A씨는 자신과 동침한 남성 500명의 연락처를 꼼꼼하게 메모해 놓았다.

K씨 세 자매는 또 2005년 4월 A씨에게 사채 5천만원을 갚으라며 장기 매매까지 시도해 6천만원을 챙기려 했으나 K씨의 여동생이 사기 기소중지자로 경찰에 붙잡히는 바람에 미수에 그치기도 했다. K씨 가족은 직업이 없으면서도 A씨에게 착취한 돈 등으로 221㎡(67평형) 아파트에 살며 외제차를 2대나 굴릴 정도로 호화생활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A씨는 부모와 여동생 등 가족이 있었지만 "도망가면 가족에게 해코지를 하겠다"는 협박에 탈출을 포기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A씨는 현재 한 여성단체가 돌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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