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연구년을 보내기 위해서 지금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 있다. 이곳에 있으면서 영국과 한국, 보다 작게는 옥스퍼드와 대구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특히 필자의 전공이 인터넷이기에 디지털 문화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지난 1월 말에 영국 정부는 2012년까지 2메가(M)의 속도를 지닌 고속 인터넷을 유'무선을 통해서 모든 가정에 보급하겠다는 '디지털 영국'(Digital Britain)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한국은 이미 100메가(M)에 이르는 초고속서비스를 대부분의 가정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2007년 12월 국제비교조사에서 100인당 초고속인터넷 가입자가 10.4명으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우리는 첨단 네트워크 기반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창의적으로 활용하여 선진복지사회로 나아가는 데 아직 부족한 것이 있다. 특히 디지털 기술을 이끌 수 있는 풍부한 '멘탈 인프라'(Mental Infrastructure)가 부족하다. 멘탈 인프라는 여러 관점에서 정의될 수 있겠지만 필자는 디지털 네트워크의 하부구조를 원활하게 작동시켜서 '인간적 경험'을 널리 확장하는 '인터넷 신경'정보망'이라고 생각한다. 멘탈 인프라가 강화된다면 정보통신 기술이 시민들의 일상 경험을 지원'확장하고 다양한 분야에 경제적 활력을 낳고 사회 발전을 추동하여 궁극적으로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필자의 판단으로 우리 사회의 멘탈 인프라는 다섯 가지의 중요한 속성을 좀 더 강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멘탈 인프라는 '연결적' 속성을 지녀야 한다. 시민들이 지닌 개별 경험을 연결시킬 수 있어야 한다. 둘째, '통합적' 속성이다. 사람들의 경험을 사회 발전의 중심축으로 설정하여 구조적으로 통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셋째, '복합적' 속성이다. 서로 다른 이념, 가치, 활동을 지닌 사람들의 복잡다기한 상호 작용을 지원하는 체제가 되어야 한다. 넷째, '미래적' 속성이다. 초자연적 재해를 비롯한 사회적 위기 발생시 시민 안전을 도모하고 불확실성의 감소를 촉진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야 한다. 다섯째, '유연한' 속성이다. 법제도적 및 시'공간적 경계를 넘어선 시민들의 사이버 활동에 원활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옥스퍼드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웹사이트는 데일리인포(http://www.dailyinfo.co.uk)와 검트리(http://oxford.gumtree.com)이다. 애초에 이 웹사이트들은 지역 주민과 중소기업의 광고 활동을 무료 혹은 저렴한 비용으로 지원해 주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그런데 지역 사람들의 요구에 부응하여 웹사이트 디자인과 운영 방식을 재설계하면서 옥스퍼드의 대표적 포털사이트가 되었다. 이곳에 가면 구인 및 구직, 주택, 중고품, 영화 및 연극, 남녀 교제, 자원봉사 등 사람들이 필요한 모든 정보가 있으며 방문자들 사이의 의사소통도 활발하다. 필자 또한 옥스퍼드에 오기 전에 한국에서 이 웹사이트들을 이용했으며 지금도 많이 참고하고 있다.
그렇지만 한국은 어떠한가? 지금까지 지역'국가 정보화 조성을 위해서 많은 정부 예산을 소비했지만 여전히 서울 중심적인 거대한 상업 포털만 존재할 뿐 지역의 의사소통을 촉진하는 '작고 알찬' 웹사이트는 거의 전무하다. 한국에서 옥스퍼드 웹사이트에 비교할 만한 곳을 찾는다면 옥천인터넷신문(http:
//www.okinews.com)일 것이다. '기술 사회'(Technological Society)의 저자 쟈크 엘룰(J. Ellul)에 따르면, 이상적인 기술은 우리의 일상적 삶을 편리하게 만들면서도 업무 과정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사회'기술적 체제라고 한다. 엘룰의 주장은 멘탈 인프라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한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새로운 발전 기회를 포착하고 지역의 성장 동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멘탈 인프라의 강화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박한우 영남대 교수 언론정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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