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는 남편으로부터 도망치고 싶고, 나는 남편이 도망갔다. 소정은 남편을 집안에 속한 가구쯤으로 여기며 살아간다. 모두들 처음 결혼했을 때는 이렇게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드라마나 영화처럼 우울한 일상을 탈출하기 위해 거창한 연애를 해볼 용기도 없다. 그저 생각없이, 인생이라는 에스컬레이터를 탄 채 끌려가고 있을 뿐이다.
여자 나이 마흔에 또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는 것은 벼락 맞아 죽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나는 이미 서른 문턱을 넘어서면서 내가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아예 포기했다.
'소설 '란제리 클럽'은 서른 즈음에 결혼한 여자들이 마흔 즈음에 어떻게 살고 있을까' 에 대한 이야기다. 상실과 분실의 시간에 빠진 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세 여자의 속마음과 생활을 자세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세 여자의 심정을 풀어내고 있지만 감상에 젖지 않는다. 시종 담담하고 다소 시니컬한 문체로 여성의 허망한 마음을 드러낸다. 소설은 '결혼 생활은 도대체 무엇인지' 묻고 '결혼은 자신을 사랑한 후에 선택하는 것'이라고 답한다. 상대에게 제 몸뚱이를 기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삶을 세운 후에 이루어지는 선택이라는 말이다. 320쪽, 1만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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