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펄떡펄떡 뛰는 '활어' 맛도 과연 최고일까

생선회 100배 즐기기/조영제 지음/김&정 펴냄

'생선회 박사' 조영제 부경대 교수가 '생선회 제대로 알고 먹자'며 작심하고 쓴 책이다. 비 오는 날 생선회 먹으면 안 된다는 데 그럴까? 일본 사람들은 비가 내리는 날에도 생선회를 잘도 먹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비 내리는 날 생선회를 먹지 않으려는 것은 식중독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 오는 날의 습도는 90% 이상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식중독균의 증식이 빨라서 위험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은이는 실험을 통해 습도와 식중독균의 증식 사이에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밝혀냈다.

그래도 비 오는 날 생선회는 먹고 싶지는 않다. 맛이 떨어진다는 생각 때문이다. 1990년 이전 시중에서 대부분 자연산 회를 팔던 시절, 이 말은 일리 있었다. 비 오는 날은 고기잡이 배가 출어하지 못한다. 그러니 횟집 수조의 고기는 적어도 며칠 전에 잡은 고기일 가능성이 높았다. 넓은 바다에서 헤엄치던 고기는 좁은 수조에 갇혀 2, 3일을 지내는 동안 스트레스를 받아 죽거나 살아 있더라도 육질이 퍼석해져서 맛이 떨어졌다. 비 내리는 날 먹는 생선회가 맛없다는 통념은 여기서 비롯됐다.

그러나 요즘 시중에 파는 고기는 90% 이상이 양식산이다. 양식산은 가두리나 육상의 좁은 수조에서 자랐기 때문에 횟집의 수조에 갇혔다고 스트레스 받지 않는다. 며칠 가두어 두면 오히려 운동 및 대사 에너지로 지방이 빠지면서 육질이 쫄깃해진다. 그러니 비 오는 날과 생선회 맛은 관련 없다는 게 지은이의 결론이다.

우리나라는 활어회 소비량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펄떡펄떡 뛰는 활어회 맛이 가장 좋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말은 얼마나 과학적 근거가 있을까? 지은이의 실험에 따르면 생선은 죽은 후 5시간 정도 지났을 때 육질의 단단함 정도가 활어회보다 약간 높았다. 이후 10시간이 지날 때까지 단단함 정도는 비슷했다. 씹는 맛은 방금 잡은 회보다 죽은 후 5시간에서 10시간 사이가 가장 낫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하루가 지나면 육질이 확실히 퍼석해진다. 그렇다고 맛이 떨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죽고 10시간이 지나면서 최대 4일까지 혀로 느끼는 감칠맛 성분인 이노신산이 활어회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미각을 중시하는 일본 사람들은 죽은 지 3, 4일 정도 지난 선어회(鮮魚膾)를 좋아한다. 씹는 맛을 즐기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활어회(活魚膾)를 좋아하는 것과 다른 점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활어회를 좋아하고 일본 사람이 선어회를 좋아하게 된 데는 지리적 조건이 작용했다. 일본은 태평양에 접해 있어 특성상 참치와 방어 같은 회유성 어종이 많이 잡혔고 우리나라에서는 정착성 어종인 넙치, 가자미, 돔이 많이 잡혔다. 일본에서 많이 잡힌 회유성 어종은 활동 범위가 넓고 운동량이 많아 활어차로 수송하거나 횟집 수조 등 좁은 곳에 가두면 금방 죽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어획 직후 피를 뽑고 얼음을 채워 냉장 상태로 보관, 수송하는 선어회 유통 방법이 발전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많이 잡을 수 있었던 넙치, 가자미, 돔 등 정착성 어종은 활동 범위가 좁고 운동량이 적었다. 이런 어종은 활어차로 수송하거나 수조에 보관해도 살아 있었기 때문에 활어회 유통 방법이 발전했다.

일본인의 건강 수명은 75.5세인 반면 한국인의 건강 수명은 68.6세다. 또 한국인의 평균 수명과 건강 수명 차이는 9.9년인데 비해 일본인들은 6.6년이다. 우리 국민들이 일본 국민들보다 병으로 고생하는 기간이 길다는 의미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지은이는 그 이유 중 하나로 소비하는 어패류의 종류를 든다. 우리나라 사람이나 일본 사람이나 1인당 어패류 소비량은 연간 40kg으로 비슷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씹는 맛이 좋은 흰살 생선을 주로 먹고, 일본 사람들은 씹는 맛은 떨어지지만 혀로 느끼는 맛이 좋고 기능성 성분이 많은 붉은 살 생선회를 주로 먹는다. 일본인들이 주로 먹는 붉은 살 생선은 방어다.

이 외에도 이 책은 제철별 생선회의 종류, 주요 생선횟감의 특징과 효능, 초밥 100배 즐기기, 생선회와 건강, 다이어트, 복어 이야기 등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또 일본말이나 방언 등으로 잘못 불리고 있는 이름에 대해서도 바로잡고 있다.

쓰께다시는 부요리, 세꼬시는 뼈째썰기, 와사비는 고추냉이, 스시는 초밥, 아나고는 붕장어, 이시가리는 줄가자미, 히라스는 방어, 하모는 갯장어, 오도리는 보리새우, 사시미는 생선회, 이시다이는 돌돔, 마구로는 참치, 우럭은 조피불락, 게르치는 쥐노래미, 모치는 숭어, 밀치는 가숭어, 열기는 불볼락, 꼼장어는 먹장어, 쭈꾸미는 주꾸미, 물메기는 꼼치로 불러야 옳은 이름이다. 120쪽, 5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사시미의 유래

생선회(生鮮膾)를 그대로 풀면 생선을 회로 만든 것이다. 그런데 일본인들은 이를 사시미(さしみ)라고 부르고 이를 세계 공용어로 만들었다. 사시미는 '살을 찌르다' '살에 꽂다'는 의미다. 어째서 이런 말이 생선회를 의미하는 말이 됐을까?

살아 있는 생선은 구별하기 쉽다. 그러나 회로 조리해 접시에 올리면 웬만해서는 구별이 어렵다. 일본의 무사 정권 시절, 무사들이 생선회 이름을 외우는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조리사들은 작은 깃발에 고기 이름을 적어 생선회 접시에 꽂아두곤 했다. 여기에서 '사시미'라는 어원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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