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지역 모대학을 졸업한 김진형(25·여)씨는 아직도 다니던 학교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취업에 실패해 도서관을 전전하며 후배들의 눈칫밥을 먹으면서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다. 2년 전부터 열심히 취업을 준비했지만 기업들이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경제난으로 취업문을 꽁꽁 닫아버린데다 지방대 출신이라는 핸디캡때문에 대기업에는 원서 한번 제대로 내지 못했던 것. 백수생활 한달 남짓에도 불구, '취업을 영원히 포기해야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불면증과 우울증세까지 얻었다. 그랬던 그의 얼굴에 최근 다시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모교가 마련한 미취업 졸업생 대상 취업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부터 원하는 직장을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력서 및 자기 소개서 작성에서부터 이미지 메이킹, 실전면접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준비돼 있어 맞춤형 취업준비가 가능하고 동병상련의 졸업생들과 함께 하는 취업캠프에 참가하고서는 심리적 위안까지 얻을 수 있었다는 것. 또 몇 번이고 프로그램에 참가가 가능하고 무료라는 점도 백수인 김씨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
최악의 경제난으로 졸업이 '축하가 아닌 위로의 자리'가 돼 버린 지역 대학가. 그러나 지역 대학들이 취업에 애를 먹는 졸업생들을 위해 다양한 취업 프로그램을 마련, 호응을 얻고 있다.
영남대는 이달부터 미취업 졸업생과 재취업 준비생을 위한 '졸업생 취업역량강화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졸업생이 취업할 때까지 제공되는 이 프로그램은 전액 무료로 단기간에 취업능력을 집중 개발할 수 있는 실전프로그램들로 구성된다. 참가자들은 맞춤형 취업준비과정을 통해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 클리닉, 이미지메이킹, 모의 직무적성검사, 실전면접, 취업캠프, 취업역량강화 스쿨 등 원하는 교육과정을 선택할 수 있다. 이 대학 김삼수 학생역량개발실장은 "최근 정부가 청년실업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기관 및 공기업의 인턴사원선발, 일자리 나누기운동 등을 전개하고 있지만 실효성은 그렇게 크지 않다"며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각 대학이 졸업 후까지 취업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청년실업해소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대구가톨릭대도 미취업 졸업자를 대상으로 '예비취업자 전문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졸업생 3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4일부터 이틀간 1차 클리닉을 마쳤고 이달 중 심화프로그램을 실시한다. 또 앞으로 3개월 동안 졸업생을 대상으로 하는 '구직 지원 캠페인'에 나선다. 대구지방노동청과 미취업 졸업생들의 취업지원을 위해 공동 캠페인을 실시한다는 협약을 체결, 학과별로 미취업 졸업자들의 이력서를 받아 노동청에 구직자로 등록하고 신속한 취업을 위해 채용정보 제공과 해당 업종에 대한 직무교육을 실시한다.
계명대와 대구대는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기존 취업지원프로그램에 졸업생의 참여를 허용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계명대 졸업생들은 전국 최초로 도입한 무인자동면접기 활용은 물론, 도서관에 마련된 상설 진로상담코너에서 365일 상담이 가능하다. 재학생과 함께 하기가 부끄럽다면 졸업생들만을 위한 취업교실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된다. 오는 17일과 4월 중 두번에 걸쳐 '미취업 졸업생을 위한 취업역량강화 교실'이 2박3일 일정으로 열린다. 지난해 2월 졸업과 동시에 실업자로 전락했다가 취업프로그램의 도움으로 지난달 (주)쉘라인에 입사한 양미정(25. 여)씨는 "졸업 후 원하는 곳에 취업하기 위해 계속 준비를 하던 중 졸업생도 참가할 수 있는 모교의 취업프로그램 소식을 듣게 됐다"며 "취업에 대한 갖가지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었고 모의면접이나 클리닉 등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이 취업에 성공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대구대는 졸업생과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달부터 취업지원 강좌를 집중 개설한다. 커뮤니케이션 스킬 업 교육과 이미지 메이킹 교육, 항공승무원 준비반 등 특화된 강좌로 미취업 졸업생들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취업 준비중인 최병국(28)씨는 "졸업 후 혼자 취업준비를 할 생각을 하니 참 막막했다"며 "마침 학교에서 개설한 취업준비개설반에 등록할 수 있어서 취업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대학 김연환 취업지원팀장은 "경기가 어려운 탓에 예년에 비해 미취업 졸업생들이 부쩍 많아져 안타깝다"며 "개설된 강좌를 통해 재학생뿐만 아니라 졸업생들도 취업하는데 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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