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갤러리 분도 박경아 초대전

어두운 숲 끝자락엔 희망이...

'내 안의 창-빛과 바람'은 마치 캔버스가 바람에 휘날리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빛과 함께 바람이 방(미처 기억하지 못하는 추억의 보관소)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한 줄기 바람처럼 휘몰아드는 아련함 속에 한 발 내딛고 싶지만 쉽지 않다. 빛이 쏟아지는 저 밖은 얼핏 매혹적이지만 무언가가 주저하게 만든다. 잊혀진 혹은 잃어버린 기억을 더듬는 작업은 바로 이런 갈등이 아닐까?

갤러리 분도는 지난해에 이어 2009년 청년작가 프로모션 기획으로 서양 화가 박경아(36)를 초대했다. 영남대에서 회화를 전공한 뒤 독일 뮌스터 국립 조형대학 및 대학원을 졸업했다. 10년 가까운 유학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갖는 이번 전시는 그녀가 다듬어 온 미적 세계를 한국 관객들에게 본격적으로 알리는 출발점인 셈. 그녀가 그리는 풍경은 자연을 그대로 담아내는 대신 인지 작업을 통해 새롭게 재편된다. 같은 풍경이지만 같지 않고, 혼자 만의 세계에 빠져 있어서 관객들의 이해와 거리가 먼 것도 아니다. 한편으로 외롭고 우울함이 감돌지만 캔버스 한 켠에 자리잡은 따스함은 관객 누구나 갖고 있는 기억 저 편의 향수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작품 '11월의 숲'은 유학 시절 그린 작품. 어둡다 못해 탁한 느낌마저 주는 검은 숲을 보노라면 두려움과 외로움이 스멀스멀 차오르지만 숲의 끝자락에 자리한 담담한 하늘의 풍경은 어디엔가 반드시 있을 것만 같은 희망을 심어주기도 한다. 갤러리 분도의 윤규홍 예술 감독은 "작가가 뮌스터대학과 가창스튜디오에서 완성한 그림들은 어느 한 곳에 안주하지 못한 채 독일에서는 한국을, 한국에서는 독일을 그리워하는 심리가 절절히 녹아 있다"며 "작가는 '경계인'의 고독 속에서 주류보다 조금 비껴난 위치를 택하게 됐고, 매혹적인 미술로 관객에게 다가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초대전에는 독일에서 직접 공수한 작품과 함께 대구현대미술가협회 주관의 가창 창작스튜디오에서 작업한 작품도 함께 공개한다. 전시기간은 9일(오후 6시)부터 4월 4일까지. 053)426-5615.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박경아 작 '내 안의 창-11월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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