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 몸에 물]우리나라 물시장

불황에도 매출 쑥쑥 '황금알 낳는 거위'

불과 몇십년 전까지만 해도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팔아 먹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우스갯소리에 지나지 않았을 정도로 돈을 주고 물을 사먹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이젠 물은 인류에게 가장 귀중하고 값비싼 자원으로 부상했다.

14년 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국제 물 심포지엄'에서 샌드러 포스텔 세계물정책연구소 소장은 "20세기가 석유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물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전망은 적중했다. 물의 전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물은 '귀하신 몸'으로 대접 받고 있다. 자신의 체질과 입맛에 맞게 물을 골라 마시는 시대가 열리면서 먹는 물을 판매하는 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신했다. 세계는 이미 물 부족 사태에 직면해 있으며 인구 증가와 환경오염 등에 따라 먹는 물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 생수 판매가 공식 허용된 것은 1995년 정부가 '생수 판매 금지 조치는 깨끗한 물을 마실 권리를 침해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먹는 물 관리법'을 제정하면서부터다.

국내 먹는 물 시장은 95년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생수시장 규모는 2003년 2천500여억원, 2004년 3천여억원, 2005년 3천200여억원, 2006년 3천600여억원, 2007년 3천900여억원으로 가파르게 커지고 있다. 지난해 규모는 4천400여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야말로 물을 물로 보면 큰일날 시대가 열린 셈이다. 프리미엄급 생수시장 진출을 고려하고 있는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생수 시장이 얼마만큼 커질지 업계에서도 가늠이 안 된다"고 털어놨다.

특히 생수는 불황에도 꾸준히 잘 팔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2ℓ 생수 제품 기준으로 월 평균 300만개를 판매했다. 이는 2007년보다 10% 정도 늘어난 수치다. 500㎖ 등 소용량 제품이 주로 팔리는 편의점 상황도 비슷하다. GS25와 훼미리마트의 지난해 11,12월 생수 판매량은 2007년 같은 기간보다 20~30% 증가했다.

대구의 경우 최근 낙동강 수돗물 1,4-다이옥산 파동으로 대형소매점에는 생수를 사려는 손님들로 하루 종일 북적였다. 가뭄도 생수 판매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올 1월부터 2월 18일까지 전국 120개 매장 생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4% 증가했다. 1일 1회 제한 급수를 하고 있는 강원도 태백의 생수 판매량은 10만4천병으로 지난해보다 1천69%나 급증했다.

현재 국내 생수시장은 크게 가정'사무실용 등 대형 생수(18.9ℓ)와 소형 페트병 생수로 나뉜다. 생수 생산업체는 약 70여 곳으로 시중에 유통되는 브랜드만 10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자료에 따르면 2007년 대형 생수 시장은 석수와 퓨리스, 페트병 시장은 삼다수가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생수가 소비시장의 핫 이슈로 떠오르면서 먹는 물 시장에 총성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석수와 퓨리스는 마케팅을 강화해 5년내 페트병 시장 점유율을 1위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삼다수도 출시 10년만인 지난해 그동안 취약 부분으로 지적되어 왔던 대형 생수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여기에다 국립공원인 영주의 소백산에서 생산, 이달 출시하는 '2011소백산수'와 '소백산수'는 풍부한 미네랄 등 우수한 품질로 1년 내에 대구경북의 페트병 시장을 90%까지 잠식하겠다는 기세를 내뿜고 있다.

최근 생수 시장의 트렌드는 단연 기능성 강화다. 경쟁이 가열되면서 고급화, 다양화된 제품으로 승부를 걸려는 업체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 벽두부터 롯데칠성음료와 ㈜에이지알 코리아 '이색 프리미엄 생수'로 올 생수 시장 경쟁의 포문을 열었다. 롯데칠성음료는 최근 백두산에서 취수한 프리미엄 생수 '아이시스 백두산 샘물'을 출시했다.

에이지알 코리아는 '지구에 현존하는 가장 순수한 물'이라는 빙하수를 내세웠다. 최근 선보인 '알래스카 글라시아 캡 골드'는 약 2만5000년 전에 형성된 알래스카 에쿠르나 빙하호수에서 직접 취수한 청정 빙하수로 만들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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