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원/달러 환율 연일 최고치…산업계 희비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원/달러 환율로 인해 산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대부분의 수출 기업들은 세계적인 수요 감소로 인해 주문 물량이 줄면서 환율 상승 덕을 거의 보지 못하고 있다. 여기다 원자재 가격은 급등해 채산성이 악화되는 실정. 여기다 환헤지 파생상품 거래로 때문에 막대한 손실이 발생,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반면 일부 기업들에 국한돼 있긴 하지만 환차익을 보는 경우도 있다.

◆속 타는 기업들

환헤지 파생상품에 가입한 수출기업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환율급등으로 입은 손실은 지난해말 3조2천억원에서 현재는 3조5천억원으로 불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자동차부품회사인 A사는 파생상품 가입으로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자기자본의 25%가 넘는 755억원 가량의 평가손실을 입고 있다. 이 회사의 평가손실은 환율이 1천250원 대 일때를 기준으로 한 것이어서 현재 환율로 계산하면 피해는 더 커지게 된다.

60억원 정도의 평가손실을 입은 또다른 자동차부품업체 B사 관계자는 "가뜩이나 수출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엎친데 덮친격으로 자고나면 원/달러 환율상승으로 업체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했다.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식품업계나 원자재를 수입해와 국내에서 생산하는 부품업체들도 몇 달만에 수입단가가 상승하다 보니 울상이다.

수출업체 관계자는 "환율상승으로 수출 기업의 경쟁력은 높아질 수 있지만 글로벌 수요 자체가 급감했기 때문에 수출회복세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아쉬워 했다.

우병룡 대구경북염색조합 이사장은 "가성소다 등 중국 등지에서 달러로 원재료를 수입해 이를 가공해 판매하는 국내 대기업들이 조만간 환율상승에 따른 단가인상을 통보해 올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염색가공료를 인상해야 하지만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직업체 입장을 고려해 선뜻 올릴 수도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제직의 원료인 원사(실) 가격은 달러로 결제해야 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상승은 그만큼 제직업체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무역협회 이병무 대구경북지부장은 "환율이 올라 평상시 같으면 덕을 보겠지만 수요 감소가 많아 기대만큼 수출이 늘지 않고 있다"면서 "세계 경기가 좋아져야 수출이 늘어날텐데 걱정"이라고 했다.

◆표정관리하는 기업들

선박과 풍력발전기 부품을 일본과 중국, 유럽 등지로 수출하는 C사는 월 평균 15억∼20억원을 수출하면서 수억원의 환차익을 보고 있다. 공작기계 등을 생산해 일본과 유럽, 미국 등지에 수출하는 D사도 달러 및 엔고 현상으로 큰 이득을 얻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수익을 많이 내면서도 주변에서 상황이 좋지 않은 기업들의 시선을 의식해 직원들에게조차 입단속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과 유럽 등지로 섬유를 수출하는 한 업체 대표는 "원/달러 환율 인상의 덕을 상당히 보고 있다. 하지만 바이어들이 단가 인하를 강력하게 요구해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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