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예 콘텐츠 시장에 일류(日流) 바람이 거세다. 일본 만화나 소설,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작품들이 어느 정도 안정된 흥행 성과를 거두면서 너도나도 일류에 편승하는 까닭이다. 대중문화 개방의 시대에 일본 원작이 대수로울 것은 없지만 무분별한 일류 수입이 한국적 콘텐츠 부재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 드라마
일류의 정점에 서 있는 드라마는 단연 '꽃보다 남자'. 30%를 넘나드는 시청률 고공행진 속에 종영을 앞두고 있는 꽃보다 남자는 가미오 요코의 동명 베스트셀러 순정만화가 원작이다. '우리 정서와 맞지 않다'는 초반 우려와 달리 '꽃남 신드롬'을 일으키며 연장 방송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만화'소설 같은 일본 콘텐츠들이 한국 드라마에 등장한 것은 이미 오래전이다. 김희선 고수 주연으로 2003년 방송됐던 SBS '요조숙녀'는 2000년 일본의 이영애라 불리는 마츠시마 나나코가 출연해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야마토 나데시코'란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며 2007년 인기리에 방송됐던 MBC '하얀 거탑' 역시 소설이 원작인 일본 드라마 '백색의 탑'을 각색했다.
이 같은 일본 원작 드라마는 앞으로도 줄줄이 이어질 전망이다. 당장 국내에서도 폭발적 인기를 얻은 일본 만화 '신의 물방울'은 한류스타 배용준의 유력한 차기작으로 거론되고 있다. 소믈리에를 꿈꾸는 시노하라 미야비와 와인 평론가의 아들이지만 와인을 마셔본 적이 없었던 간자키 시즈쿠의 대결 구도를 그린 '신의 물방울'은 한국에서도 엄청난 부수가 팔려나간 베스트셀러로 유명하다.
◆ 영화
영화계 또한 일본 원작이 득세하기는 마찬가지. 박찬욱 감독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대표작 '올드보이'가 일본 만화를 차용했고, 지난해 11월 동명의 일본 만화를 그대로 스크린에 담았던 '서양골동양과자점-앤티크' 역시 관객 120만명을 동원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문근영 김주혁 주연의 영화 '사랑따위 필요없어'는 히로스에 료코 와타베 아츠로 주연의 일본 드라마가 원작이며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김아중 주진모 주연의 '미녀는 괴로워'는 관객 800만명을 넘어서는 흥행 대박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영화계 역시 일본 원작에 대한 러브콜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정우성이 일본 인기만화를 영화화한 한'미합작 드라마 '시티헌터' 출연을 확정지었고, 일본 유명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 원작이며 드라마로도 제작됐던 '백야행'(감독 박신우, 제작 시네마서비스)은 1일 크랭크인에 돌입했다. 배우 차화연이 2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며 손예진 고수 한석규 등 쟁쟁한 스크린 스타들이 총출동하는 백야행은 순간의 사고로 감당하기 힘든 삶을 살게 된 두 남녀와 그들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이들의 운명적인 관계를 다룬 스릴러물.
◆ 일류 언제까지
한국 연예 콘텐츠 시장에 부는 일류 열풍은 문화적 익숙함에 기인한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정서에 일본 특유의 독특한 소재가 젊은 세대들을 사로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일류 열풍이 너무 지나쳐 정서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만만찮다. 실제 '꽃보다 남자'의 경우 왕따, 학교 폭력 같은 문제점들이 속속 불거져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웃나라의 새 문화를 접한다는 장점을 부정할 순 없지만 시청률과 흥행에만 연연하기에 앞서 보다 참신한 소재와 신진작가 발굴을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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