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WBC TV중계협상 결렬…야구팬들 뿔났다

"TV 중계를 안 하다니요? 야구 보게 해주세요."

야구팬 황모(28)씨는 5일에 개막되는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손꼽아 기다렸다 가슴만 치고 있다. 지난 2006년 1회 대회 때와 달리 실시간 경기시청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WBC 중계권 소유회사와 지상파 방송사 간에 '생중계 협상'이 결렬된 탓이다.

결국 국내 야구팬들은 동영상 전문사이트 '엠군닷컴'(www.mgoon.com)에서 경기당 3천300원, 전 경기 패키지 2만2천원을 내고 생중계를 봐야할 처지다. 돈이 아까우면 케이블TV '엑스포츠'에서 3시간 지연중계 방송을 시청해야 한다.

생중계를 고대하던 야구팬들은 화가 잔뜩 났다. 직장인 김모(34)씨는 "중계권료 문제때문에 시청자의 볼 권리를 무시하는 처사다. 짜증이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구연 MBC 야구 해설위원도 "많은 야구팬이 무료 채널을 통해 WBC를 못보고 유료 채널로 봐야 한다는 것은 야구하는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불쾌하다"고 밝혔다.

야구팬을 볼모로 힘 싸움을 하고 있는 KBS에 대한 비판도 적잖다. 한 야구팬은 야구전문 웹사이트에 "협상가격을 130만달러로 고정시켜 조금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KBS의 태도도 맘에 들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지난 1회 대회 때 선보였던 대형 전광판 중계는 이번에 불가능할 것 같다. 중계권 소유회사인 IB스포츠 측이 "거리 응원을 하려면 승인이 필요하다"고 밝혀 거리 응원을 원천적으로 차단했기 때문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때에도 중계권료 문제로 인해 경기 폐막 직전에 부랴부랴 전광판 중계를 했다"며 "기술적으로는 전광판 중계에 문제가 없는 만큼 협상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야구팬들의 비판에 시달리던 IB스포츠 측이 4일 KBS에 수정된 중계금액을 제시하고 추가 협상에 들어갔으나 합의에 실패해 TV중계가 완전히 무산됐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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