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슈] 금과 은

변동성 커 자산 10%내 분산투자 바람직

금값이 '금(金)'값이다. 지난달 국제 금값은 온스당 1천달러를 넘어섰고, 사상 최고가였던 지난해 3월 1033.90달러를 돌파할 기세다. 금값 고공행진은 '불황'과 맞물려 있다. 정치'경제적 상황이 불안정할수록 보다 안전한 자산을 찾아 금으로 자본이 몰린다. 하루가 다르게 값이 치솟으면서 '금 시장' 또한 요동치고 있다. 동네 금은방에는 금을 사겠다는 사람보다 장롱 속 금을 팔아 팍팍한 살림에 보태겠다는 서민들이 넘쳐나는 반면 금융권에서는 금테크(금을 통한 재테크) 상품들이 대박 행진 중이다.

◆금 팔아볼까?

"이렇게 많은 손님들이 몰릴 줄은 미처 몰랐어요. 돌반지를 팔러 오는 주부들에서 결혼 예물을 들고 오는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세대가 찾고 있지요."

1월 9일 개점한 순금나라(www.soon

gumnara.co.kr) 대구지점(252-1084). 순금 매입 시세(3.75g 기준)가 15만원대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이다. 이곳은 대구에서 처음 생겨난 금 매입 전문업체. 고객은 현금을 마련할 수 있고, 판매업체는 금 매입에서 발생하는 부가세를 공제받을 수 있기 때문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 지점망을 갖춘 매입 전문 업체가 속속 등장하는 추세다.

이 업체에 손님들이 몰리기 시작한 건 금값이 1온스당 1천달러를 돌파한 2주 전부터다. 40~60명 수준이었던 손님들이 하루 배 가까이 불어나면서 1, 2시간 정도 기다려야 감정을 받을 수 있을 정도. 개점 이후 하루가 다르게 금값이 치솟으면서 입소문이 빠르게 번지고 있는 까닭이다. 십수년 전 3만~5만원에 샀던 금붙이를 3~5배까지 받고 되팔 수 있어 푼돈이라도 살림에 보태려는 서민들이 봇물을 이룬다. 반지'목걸이'팔찌 등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어치를 판다.

금을 팔러 오는 사람들이 부쩍 늘기는 중구 교동 귀금속거리도 마찬가지. 200여개 귀금속 도'소매가게가 밀집한 이곳에는 밸런타이데이와 봄철 결혼 시즌에도 불구하고 금을 사러 오는 사람이 크게 줄었지만 금 매입 가격이 높다 보니 대구는 물론 구미'김천'울산에서까지 금을 팔러 온다.

◆금 사볼까?

현재 금 시장은 '팔겠다'와 '사겠다'로 이분화돼 있다. 팔겠다는 사람들이 동네 금은방을 찾는다면 사겠다는 이들은 금융권 상품(골드뱅킹)에 가입한다. 금융권에 금 투자자들이 몰리는 까닭은 금값이 고공행진을 계속하는 가운데 달러화 가치 또한 동반 상승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재산(財産)으로서의 금은 달러를 대신하는 가치. 금값은 달러 가격이 오르면 싸지고 반대로 하락하면 비싸진다. 그러나 유례 없는 불황에 이 법칙이 깨졌다. 덕분에 '골드뱅킹' 투자자들은 신났다. 금값이 크게 오르고 있는 데다 환율도 오르면서 수익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 골드뱅킹 상품은 국제 금시세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원화로 환산한 자산가치가 더욱 커지게 된다.

▷금 적립통장

상대적으로 안전하면서 소액으로 금에 투자하기를 원할 때 고려해볼만 하다.

현재 수익률은 연 60%선이며, 신한은행과 기업은행에서 취급한다.

신한은행의 '골드리슈'는 크게 계좌거래와 실물거래로 구분된다. 계좌 거래는 실물거래를 수반하지 않으면서 통장에 금을 적립하거나 입출금할 수 있는 상품으로 국제 금시세와 원/달러 환율에 직접 연동한 가격으로 거래된다. 해지를 원할 때는 해당일자의 가격으로 즉시 해지할 수 있다. '골드리슈' 계좌의 최근 1년간 수익률은 68.22%.

기업은행의 금적립계좌인 '윈 클래스 골드뱅킹' 역시 같은 투자 방식이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순도 99.99%의 영국 'LBMA'에서 인증된 일정 중량의 금(골드바=GoldBar)을 사들이며 은행 측에서 순도와 질량을 꼼꼼히 확인한다. 원화를 입금하면 입금 시점의 금시세를 적용해 통장에 금으로 적립되며 최근 1년간 수익률은 56.2%.

▷금 펀드

금 펀드 수익률 역시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펀드 평가사인 제로인 집계 결과, 순자산 285억원으로 국내 금펀드 중 규모가 가장 큰 'SH골드파생상품'은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3개월 수익률이 52.01~52.44%까지 올라갔다. '기은SG골드마이닝주식' 역시 51.05~51.31% 수준으로 높고, 지난해 9월 설정된 '블랙록월드골드주식' 의 3개월 수익률 또한 45.54~53.27% 수준. 금펀드의 이 같은 수익률은 같은 기간 해외주식형펀드의 평균 수익률(8.18%)을 훨씬 웃돈다.

◆금값, 언제까지 오를까?

국제 금 시세에 대한 전망이 어려운 데다 환율 역시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예측이 쉽지 않다. 전문가 분석 또한 엇갈린다. 한쪽에서는 온스당 2천달러 이상까지 금값이 치솟을 것으로 전망하는데 반해 다른 한쪽에서는 지금이 최고점이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이 때문에 금 투자를 고려하는 고객 상당수가 지금 가입해도 되는지 망설이는 실정. 시중 은행에 골드 가입 문의가 쏟아지고 있지만 실제 가입 실적이 눈에 띄게 늘어나지는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때문에 현재의 높은 수익률에 만족해 바로 환매하는 고객도 적지 않다.

금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고 판단하는 전문가들 또한 '올인' 전략에는 부정적이다. 금값과 환율 변동성이 큰 만큼 자산의 10% 범위 이내로 분산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 실제 지난해에도 골드뱅킹 상품 수익률이 크게 높아졌다 금세 하락세로 반전돼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이 있었다. 따라서 금값과 환율 변동에 대한 보다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상준기자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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