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터뷰] 경북대 분자생체감염제어 연구실 이동건 교수

4년연속 '젊은 과학자상' 배출

▲ 내리 4년 동안
▲ 내리 4년 동안 '젊은 과학자상' 수상자를 배출한 경북대 생명공학부 분자생체감염제어 연구실 연구원들과 이동건(오른쪽에서 세 번째) 교수. 사진 왼쪽부터 박가나·조재용·홍현주·황보미·이준영씨.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남들은 좋겠다, 부럽다고 하는데 정말로 힘들어요."

4일 경북대 분자생체감염제어 연구실에서 만난 이동건(43) 생명공학과 교수가 엄살 아닌 엄살을 부렸다. 지난해 자신의 제자가 네번째로 '젊은 과학자상'을 받은 것에 대한 소감을 묻자 나온 대답이다. 이 교수는 "학생이 선생을 예우하듯 선생도 학생을 대우해줘야 하는데 그러려면 힘이 들어도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

그가 이번 학기에 맡은 강의시간만 매주 15시간이다. 이 교수는 지난해 사이언스지에 논문을 내면서 2007년 경북대가 도입한 학술장려금 두번째 수혜자로 이름을 올렸기 때문에 규정상 강의는 매주 1시간만 맡아도 된다. 하지만 연구원들이 성과를 내면서 커지는 부담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

이 교수와 연구원들의 성과를 보면 '그 교수에 그 제자'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 교수는 이미 생명공학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인물. 8년 동안 SCI급 논문을 100편 넘게 썼다. 2003년 광주 조선대에서 경북대로 자리를 옮길 때 광주지역 언론에서 '젊은 인재를 다른 지역으로 빼앗긴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였다. 경북대에서도 그의 명성은 이어졌다. 지난해 공동집필한 논문 '장내세균과 인체의 공생의 비밀'은 장내세균과 인체가 공생하는 이유를 밝혀내 세계적인 저명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렸다.

연구실의 인재는 이 교수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말에는 박가나(28·여)씨가 '한국펩타이드학회'로부터 젊은 과학자상을 받았다. 지난해 1월에는 이준영(26)씨가 학부생으로는 유일하게 같은 상을 수상해 학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2007년(성우상)과 2006년(정현준)에도 똑같은 상 수상자가 이 연구실에서 나왔다. 쟁쟁한 박사 연구원들을 제치고 이루어낸 것이다.

한 연구실에서 젊은 과학자상을 4년 연속으로 거머쥔 이유는 뭘까?

이 교수는 "성실, 욕심, 곤조"라고 했다. "성실 앞에선 누구도 못 당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8년간 SCI급 논문 100여편을 쓴 것도 성실함이 만들었다. "연구에 대한 욕심도 뒷받침돼야 하지요. 우리 연구실 대학원생들이 최근 3년 동안 SCI급 논문 40여편을 냈어요. 석사들이 이 정도 논문을 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지요."

최근 젊은 과학자상을 수상한 박가나씨는 "교수님의 철두철미함이 배울 점"이라며, "기존 사고를 버리라는 가르침은 항상 새로운 연구과제를 발굴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제자들에게 무언가 되겠다는 생각보다는 미치도록 열심히 하면 성공은 부수적으로 따라 올 거라고 가르친다"고 했다. 연구가 너무 재미있어 미친 듯이 파고들면 어느새 연구의 성과는 높아진다고 했다.

이 교수의 연구실에는 이들 외에 조재용, 황보미, 홍현주씨 등 후배 연구원들이 선배들의 길을 이어가겠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그들은 "선배들의 성과가 자극이 되면서도 부담이지만 연구 자체가 너무 재미있다"며 "내년에도 반드시 젊은 과학자상 5연패를 이루겠다"고 파이팅을 외쳤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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