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흥륜사 위치는 역시 경주공고?

신라 최초의 사찰 흥륜사(興輪寺)자리가 경주공고(경주 사정동) 일대라는 다수 학계 추정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고고학적 증거가 발견됐다.

국립경주박물관(이영훈 관장)은 경주공고가 교내 배수로 공사를 위해 파헤친 곳에서 수습한 400상자 분량의 기와 유물을 세척하다가 '興輪寺'(흥륜사)로 추정되는 명문(銘文)을 새긴 신라시대 수키와 조각(사진)을 확인했다고 5일 밝혔다.

이 수키와 조각은 10.7cm×5.7cm 크기로 볼록한 등 쪽에 세로로'○(王?)興○'라는 명문이 새겨져 있다. 박물관은 '興'자가 최근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가 발굴 조사한 부여 왕흥사지 출토 기와에 쓴 '興'자와 거의 동일하며, '興'자 위아래 글자가 일부분만 남아 정확한 판독이 어렵지만 각각 '王'과 '輪'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윗 글자는 아랫부분만 'ㅗ' 형태로 남아 '王'자로 추정할 수 있고, 아랫글자는 앞 부분이 깨져나갔지만, '輪'자로 추정해도 큰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와에 새긴 원래 명문은 '大王興輪寺'일 것으로 보이며, 이는 진흥왕 5년(544)에 건립한 '흥륜사'를 지칭할 공산이 매우 크다는 설명이다.

이번 명문 기와 발견은 신라 최초의 사찰로, 황룡사 창건 후에도 왕실의 후원 아래 막강한 위광을 누린 흥륜사의 위치를 확인하는 데 결정적인 단서가 될 전망이다. 그동안 흥륜사 위치를 두고 학계는 경주공고 남쪽 800m 지점에 위치한 지금의 흥륜사와 경주공고라는 주장이 맞서 왔지만, 경주공고 쪽이 다수였다.

박물관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 발견된 명문 기와편이 정식 발굴조사 과정에서 출토된 것이 아니라, 문화재 당국의 사전허가 없는 배수시설 공사 과정에서 걷어낸 흙더미에서 수습됐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며 "경주공고 부지 전체에 대한 본격적인 발굴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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