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40대 파이팅!'

마흔 살을 일컫는 말로 유명한 것이 不惑(불혹)이다.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다는 뜻이다. 또한, 40대는 인생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공을 거두는 나이기도 하다. 20대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한다고 하면 그 분야에서 10여 년 또는 20년 이상 매진한 만큼 나름대로 열매를 맺을 수 있어서다. 40대 후반에 미국 대통령이 된 버락 오바마엔 미치지 못하더라도 스스로 "브라보! 마이 라이프"라고 외칠 수 있는 게 불혹이란 나이다.

하지만, 이 시대 40대의 肖像(초상)은 초라하고 슬프다. 작은 성공은커녕 凍土(동토)로 내팽개쳐지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 고용대책모니터링센터가 실업급여 신청자 수를 분석한 결과 지난 1월 실업급여를 신청한 40대 실업자 수가 작년 같은 달에 비해 48.7%나 늘어났다. 전체 연령대 중 40대가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실직 태풍에 40대가 추풍낙엽처럼 쓰러졌고 이런 추세는 가속화할 것이다. 실직한 이들 대부분은 막연히 "나는 아니겠지"란 생각만 하다 아무런 준비 없이 일자리를 잃었다.

직장에 남아 있는 40대도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구조조정의 칼날은 머리 위를 맴돌고 임금은 깎여 살아남은 자도 실직자 못지 않게 처량한 신세다. 올 초 잡코리아의 고용안정성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40대 63%가 고용상태에 불안감을 느낀다고 했다. 실직 태풍이 휘몰아치는 요즘에는 이 수치가 훨씬 올라갔으리란 것은 不問可知(불문가지)다.

'40대에 하지 않으면 안 될 50가지'란 책이 있다. 일본에서 작가, 배우, 연출가로 활동하며 40대에 이 책을 쓴 나카타니 아키히로는 40대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 시선을 끌었다. 40대야말로 비로소 成人(성인)이 되는 때란 것이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지 적어도 20년은 되어야 사회인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40대 때부터 자신의 삶에 자각과 긍지를 갖고, 인생의 가치와 재미를 추구할 것을 주문했다.

20, 30년 후엔 평균수명이 150세까지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그렇게 되면 40대는 지금의 10대에 해당하는 나이다. 이제 막 인생의 전반전이 시작된 셈이다. 오늘은 고통스럽지만 내일은 나아지리란 희망과 함께 자신의 삶에 긍지를 갖는 게 엄혹한 이 시절 40대를 지혜롭게 보내는 첫 번째 비결이 아닐까 싶다. 대한민국의 모든 40대여 파이팅!

이대현 논설위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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