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영국 런던의 빅벤,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러시아 모스크바의 크렘린 궁,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세계 각국을 상징하는 건축물이다. 건축적 가치뿐만이 아니라 미적 가치도 뛰어나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찾는다. 도시를 알리는 가운데 금전적으로 수입도 쏠쏠하게 보장해준다. 이런 보배도 잘 없다. 눈을 국내로 돌려보자. 일단, 한국의 건물 하면 떠오르는 것은 '성냥갑 모양의 회색 빌딩'이다. 한 프랑스 지리학자가 '아파트 공화국'이라며 논문을 쓸 정도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분위기가 좀 달라지고 있다. 건물의 획일적인 기능미를 넘어 미적인 역할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이와 관련해 '대구시건축상' '아름다운 상점상' 등을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우수한 건축물에 시상 '건축상'
대구시는 1989년부터 '대구시 건축상'을 운영하고 있다. '우수한 건축물을 선정하여 시상함으로써 우리 시 건축문화의 질적 향상과 도시미관 증진 및 조화 있는 도시환경 조성을 도모코자 함'이 그 목적이다. 준공된 지 2년 이내의 건물을 대상으로 한다. 심사기준은 ▷친환경성(Green Building) ▷외관·형태(작품성) ▷기능·구조(배치포함) ▷창의성(독창성) ▷사회성(공공성) ▷시공성(현장상태) 등이다.
지난해에는 계명대 국제교육센터(달서구 신당동)가 금상작으로 선정됐다. 수상 이유는 '근대적인 재료와 현대적 재료, 커튼월과 유리 등의 사용이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중앙홀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연속과 단절을 시도한 점'이었다. 2007년 금상 수상작은 대한주택공사 대구경북본부 사옥(달서구 도원동). 공중 부양의 모습을 띤 행어 구조 건축물로 대구에서 첫선을 보인 점이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1회부터 지난해 17회까지 수상작은 대부분 비거주용이다. 개인보다는 기업이나 단체에서 사용하는 건물이 많다. 자금 사정이 여유가 있고, 사세를 과시하는 척도로도 취급되는 건축물의 용도를 엿볼 수 있다.
건축상에서 눈여겨볼 점은 비거주용에 비해 많지는 않지만 거주용 일반 주택도 들어있다는 점이다. 총 111개의 수상작 가운데 14개 건축물이 주거용(다가구주택 포함)이다. 그 중에는 2006년 정씨 주택(동구 중대동), 2004년 능성동단독주택(동구 능성동), 1999년 김씨 주택(동구 백안동)처럼 개인 주택도 있다. 이들의 주소지는 팔공산 일대나 달성군 등지처럼 시 외곽에 주를 이루고 있다. 최근 교외에 전원주택이 늘어나고 있는 것과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 있는 점이다.
◆눈에 띄는 가게들도 많다
시는 일반주택이나 사무용 건물 이외에 상점만을 대상으로 하는 '아름다운 상점상'도 지난 2002년부터 시행 중이다. 구·군의 심사를 거쳐 추천받은 업소를 대상으로 평가해 선정한다. 첫해에 ▷미스김테일러(중구 대봉동·웨딩숍) ▷석미용실(중구 대봉1동·미용소) ▷나원웨딩(남구 대명2·8동·웨딩숍) ▷수림한정식(수성구 황금2동·요식업) ▷문지방(수성구 범어1동·요식업) 등이 선정된 이후 모두 51개소가 선정이 됐다. 음식점이 가장 많지만 패션계열인 웨딩숍이나 미용실, 의상점 등도 빠지지 않는다.
길을 가다가 한 번씩 만나게 되는 독특한 외양의 건물도 '아름다운 상점상' 수상자 명단에 올랐다. 다구전문점인 '죽로다연'(수성구 범어4동)은 일반주택을 개조한 건물로 외벽을 목재로 장식하고 조경이 아름답다는 이유로 선정됐다. 'KMG내과의원'(남구 대명9동)은 갤러리 같은 외관이 주변 경관과 잘 접목돼 주목받았다. '포유치과'(남구 대명동)는 가로모퉁이를 활용해 건물을 설계했다. 간접조명을 활용한 야간경관이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택을 사진관으로 개조한 '베이비랑'(남구 대명동)은 담장을 허문 뒤 주변에 어울리는 외관을 꾸몄다. '따뜻하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새로운 개념의 사진촬영 공간'이라는 것이 선정사유. '아름다운 상점상'은 해를 거듭할수록 업종 자체가 다양해져 건축미에 대한 관심이 민간 영역에서 확장하고 있음을 간접 시사한다.
◆기능성·심미성 조화 이루어야
대구시의 건축물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어떨까? 그렇게 후한 점수를 줄 만한 상황은 못 된다. "도시규모에 비해 굉장히 약하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아름다운 건축물이라고 추천할 만한 게 없는 것 같다"는 극단의 평가도 있다. 건축이 경제상황과 맞물려 돌아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대구는 그만큼 건축이 크게 발전할 만한 인프라가 부족했다는 말이다. 10여년 전의 부산과 비교했을 때 현재 대구와 부산은 격차가 많이 벌어져 있다. 경기도의 작은 도시가 문화적으로 급성장한 것과는 비교되는 일이다.
판건축디자인연구소 이용민 소장은 "(지역에도) 실용성과 함께 디자인 의식을 갖고 하는 작가는 많은데 경제적으로 열악하다 보니 (실제 건축을) 추진할 만한 건축주가 별로 없다"고 토로했다. 이는 '대구시 건축상' 수상작과 '한국건축문화대상'(kaa.kira.or.kr) 수상작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아름다운 건축물의 효과는 크다. 한 건축가는 "세계적인 관광명소에 가는 것은 결국 건물을 보러 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각 정부에서 중요한 정책적 고려 사항으로 투자를 하게 된다. 그는 "그러나 우리는 너무 둔하다"면서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그렇다면, 아름다운 건축물이란 무엇일까? 일반인의 시각에서야 외양이 화려하면 아름다운 건축물이라 간주할 수 있을 법도 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설명은 다르다. 이용민 소장은 "조형적으로 사람한테 미적으로 호감을 주는 건물, 즉 미적인 문제만이 아니다. 그 (건물) 안에 수용되는 '프로그램'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했다. 쉽게 말해 '눈으로보다 마음으로 느끼는 미(美)를 가진 건축물'이 진정한 아름다운 건축물이란 말이다. 이 소장은 이를 기준으로 옛 대동은행 뒤편의 아소갤러리와 KMG내과의원, 달서구 성당동에 있는 주택인 검은 벽돌집, 파계사 삼거리 근처의 나무@906 등을 아름다운 건축물로 추천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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