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파전에 소주 그리고 '봄비' 한곡

봄은 여자의 계절이고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봄비가 촉촉이 내리는 날이면 나도 모르게 봄을 타고 있는 것을 느낀다. 오늘도 잔뜩 흐리더니 봄비가 내린다. 이런 날이면 파전에 소주 한잔을 기울이다 취기가 오르면 노래방을 찾아 이은하의 '봄비'를 불러보고 싶다. 옛말에 40세는 불혹이라 하여 좌우의 유혹에도 혹하지 않는 나이라고 했는데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일구며 바쁘게 살다 마흔을 넘기고 쉰을 바라보는 나이가 된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살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아내가 알면 큰일 날 소리지만 이런 봄날이면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가슴 짠한 로맨스를 한번 해보고 싶다. 함께 시간을 공유하며 삶이란 이런 희열도 있구나 하고 느낄 수 있는 그런 사랑, 그리고 헤어진 후 혼자서 평생 머릿속에 담아두고 꺼내볼 수 있는 사진처럼 선명한 그런 사랑을 하고 싶다. 물론 이건 아내 몰래 이루어지는 나만의 3월의 추억으로 간직해야 할 비밀스런 일이 되어야 한다.

'3월이면 하고 싶은 일'이란 주제에 봄비를 보며 공상을 해본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 내가 좋아하는 돼지고기 기름을 동동 띄워 된장찌개를 맛있게 끓여놓은, 압력밥솥 소리 시끄럽게 돌아가는 집으로 귀가를 서둘러야겠다.

박정수(대구 서구 비산7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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