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불붙은 지방선거 정치색 배제 요구

'기초지방선거 정당 공천 폐지를 위한 국민운동 전국본부'가 이번 주 발족됐다. 시'군'구 선거에서의 정당 공천제 폐지 실현이 목표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전국시군구의회의장협의회 등이 동참했으니 당사자들은 모두 손을 맞잡은 형세다. 지방분권국민운동본부를 위시한 여러 시민단체들도 참여해 그 못잖은 염원을 결집시키고 있다.

이 제도를 둘러싸고는 안 그래도 진작부터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갖가지 공천 비리와 정치 부패가 거기서 비롯된다는 지적이 많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그로써 무너진다는 비판도 따갑다. 시'군'구 주민을 돌보고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그보다는 소속 정당이나 지역 국회의원의 이익 대변자로 전락하게 될 위험성이 높다는 것이다. 생명줄 같은 공천권을 그쪽에서 쥐고 있다 보니 지역 살림꾼이 아니라 공천권자의 수하 행동원으로 예속될 여지가 많다는 얘기다. 3년 전 이 제도 도입 때 함께 이뤄진 기초의원 유급화가 이를 노린 정치권의 술수 아니겠느냐는 의심이 제기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공천제 폐지본부는 오는 6월 임시국회에서 선거법 개정을 이뤄내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그 성사를 위해 1천만 명 서명운동을 시작했고, 각계 인사 2천10명이 참여하는 폐지 요구 전국선언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전국을 돌며 토론회를 여는 것과 함께 지역별 기초 단체장 및 의원들이 나서는 공천 반대 결의행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국회의원들이 이 요구를 수용토록 압박하기 위해 각자에게 공천제 폐지 찬반 공개질의서를 보내, 반대 의원들에 대해서는 총선 때 낙선운동을 벌일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이 운동이 지금 불붙는 것은 다음 지방선거가 벌써 일 년 뒤로 닥쳤기 때문이다. 공천의 폐해가 한 번의 선거로 다 드러난 만큼 두 번 다시 당하게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제도 존폐 결정권을 쥔 정치권 각 정당 및 국회의원들이 이런 염원을 수렴하려 들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전망이 만만찮다. 이미 자신들에게 기득권이 돼 버린 것을 쉽게 내놓으려 하겠느냐는 것이다.

그래서는 안 된다. 기초선거 공천제의 해악은 너무도 명백해져 어떤 궤변으로도 호도될 수 없다는 게 현 단계에서의 대체적 시각이다. 미국의 80% 지역이 공천제를 배제하고 동남아에서는 기초 후보의 정당 가입마저 금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도 정당과 국회의원들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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