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김모(40·달서구 용산동)씨는 지난 1월 1년간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맞벌이인 김씨 부부를 대신해 다섯살배기 둘째 아이를 키워주던 어머니가 앓아 누우면서 누군가 육아를 맡아야 했다. 기업체에 다니는 부인보다 공무원인 김씨의 육아휴직 신청이 훨씬 쉬웠다. 부인 회사에선 육아휴직을 신청한 전례가 없어 말을 꺼내기도 힘들고 무엇보다 육아휴직 후 복귀 여부가 불투명했다.
어쩔 수 없이 김씨가 앞으로 1년간 육아와 집안 살림을 책임지기로 했다. 그는 "공무원은 육아휴직으로 인한 피해가 거의 없지만 기업체에서는 각종 인사상 불이익을 염려해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했다.
하지만 공무원인 김씨조차 육아휴직이 쉽지만은 않았다. '부인을 두고 남자가 육아휴직을?'이라며 놀라는 주변의 시선 때문이다. 김씨는 "대구에서는 남자의 육아휴직을 아직까지 특별한 케이스로 보는 시선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아이와 대낮에 집 앞을 산책할 때도 '백수'로 보는 듯한 주위 시선도 견뎌야 했다.
◆육아휴직 늘고 있다는데…=전국적으로 육아휴직을 하는 남성들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 2005년에는 208명의 남성이 평균 185일간 육아휴직을 했지만 지난해에는 355명의 남성들이 202일간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애 보는 남자'들이 늘어나는 추세이나 대구경북에서는 아직도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남성이 많지 않다. 지난 한 해 동안 육아휴직 급여를 수급한 남성은 모두 15명. 2007년 15명에서 한 명도 늘지 않았다. 대구지방노동청 종합고용지원센터 관계자는 "경상도 특유의 보수적인 성향 때문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남성 육아휴직은 1995년 처음 만들어진 뒤 2001년 육아 휴직 지원 제도가 추가되면서 이용자가 느는 추세다. 현재 육아휴직을 하는 남성 근로자는 월 50만원의 육아휴직급여를 받을 수 있으며 회사는 대체인력채용 장려금(월 20만~30만원)에다 휴직자가 복귀한 뒤 월 20만원의 육아휴직 장려금을 지원받는다. 그러나 아이를 키우기에 넉넉한 금액은 아니어서 육아휴직을 선뜻 신청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주유소 직원으로 일하던 강현구(가명·31·동구 율하동)씨는 육아휴직을 신청해 현재 5개월째 집에서 아이와 함께 지내고 있다. 아버지로서 자녀가 성장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강씨는 "주유소 사장님과 장기근속을 약속하고 1년간 육아휴직을 겨우 허락받았다"며 "다행히 전문적인 업무가 아니어서 대체인력을 사용키로 했다"고 말했다.
◆급여가 너무 적어=문제는 육아휴직 급여가 월 50만원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강씨는 "아내와 나 모두 벌이가 없는 상황이라 육아휴직 급여만으로는 생활이 어렵다. 딸이 기고 걷고 말을 조금씩 새롭게 배우는 모습을 매일같이 지켜보는 행복은 돈과 바꿀 수 없어 위안을 삼을 뿐이다"고 했다.
한편 취업포털 잡코리아(www.jobkorea.co.kr)가 최근 기혼 남녀 직장인 1천1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기업 10곳 중 4곳은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외국계 기업 직원의 90.3%는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고 답해 가장 자유로웠으며 공기업(75.6%), 대기업(64.9%), 중소기업(51.9%) 순으로 조사됐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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