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상의 변화 추세를 대변할 수 있는 단어를 떠올린다면 아마도 '눈 깜짝할 새'가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 주변에서 자주 듣는 소리 또한 '빨리빨리'라는 말일 것이다. 말뿐 아니라 행동에서도 빨리 움직이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언제부터 빠름은 좋은 것이고, 느림은 좋지 않은 것이 대세가 되어버린 것일까? 이러한 현상은 사회 전반에 걸쳐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많은 기업들은 스피드 경영으로 빨리 변해야 산다는 슬로건을 앞세워 최근 몇 년간 줄기차게 달려왔고, 지금도 달리고 있다. 최근의 기술 발전 속도는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빠른데,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게 될지 정말 궁금해진다. 물론 빠른 변화가 우리 삶을 편하고 풍요롭게 만들어 준 면도 있지만, 빠른 변화로 인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빠르게 병들어가고 있다는 것 또한 실감하고 있다. 물은 이미 오래전부터 사 먹고, 공기청정기 제조회사의 매출은 계속 증가하고, 전 세계가 '그린(green)'을 외치고 있지 않은가. 산소를 사서 마셔야 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신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 또한 빠르게 파괴되어 가고 있다.
'느림은 무능력이나 게으름이 아니라 행복의 조건이다'라는 말이 떠오르는데, 이 말은 느림의 철학자 피에르 상소의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라는 책 속에서 나온 말이다. 상소는 '느림'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한가로이 거닐기, 듣기, 권태 즐기기, 꿈꾸기, 기다리기, 마음의 고향 떠올리기, 글쓰기, 포도주 한잔에 빠지기 등을 권하고 있다. 듣기만 해도 여유로움과 나른함이 떠오르는 말이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모습으로 사는 사람들을 우리 주변에서 찾아 볼 수 있을까? 더욱이 날마다 새로운 제품이 쏟아지고, 물건을 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어느새 구닥다리 같은 느낌이 드는 소비자의 입장이 되면 느리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실감할 수 있게 된다.
상소는 그 흔한 휴대폰도 없고, e-메일도 쓰지 않는다고 하는데, 요즘 같은 시대에 찾아보기 힘든 인물이다. 하지만 우리는 느리게 살고 싶어도 느리게 살 수가 없다. 아니 오히려 남들보다 더 빨리 살려고 애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무엇이 우리를 그렇게 빠르게 살라고 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빠른 변화에 앞장서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인간의 욕구는 무의식적인 것이기에 나도 모르게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빠른 변화를 금방 알 수 있어서인지, 무엇이 우리를 그렇게 부추기고 있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빠르게 변하고 있다. 느림을 즐기지는 못해도 고개 들어 하늘 한번 쳐다볼 여유는 갖고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손영화(계명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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