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 박홍규 교수(57·영남대 교양학부)가 또 하나의 새로운 시도를 펼치고 있다. 6일부터 매주 금요일 오후 6시, 영남대 법정관 227호에서 '자유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6일 열린 첫 공부는 '키스' '아기' 등 명화를 남긴 오스트리아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였다.
박 교수는 노동법 전공이지만 조지 오웰, 고흐, 밀레, 카뮈, 베토벤, 간디, 루쉰, 플라톤 등 영역을 넘나드는 저서들을 발표했다. 대학에서는 '법과 예술'을 강의한다. 휴대폰과 자동차 운전 면허증이 없고, 신용카드도 쓸 줄 모르는 그가 우리 사회의 굳어진 틀을 또 하나 깨려는 것이다.
그래서 강좌 이름도 '자유 공부'다. 이름처럼 어떤 제약도 없다. 수강 신청도, 출석 점검도 없다. 수강료도 없고, 학점 관리에 신경 쓸 필요도 없다. 어떤 가치로부터도 자유롭고, 정해진 형식이나 절차도 없다. 영남대 학생을 포함해 다른 대학 학생들이나 일반인들도 강의를 들을 수 있다. 듣고 싶은 주제가 있는 날에 강의실을 찾아오기만 하면 된다.
"가르치고 싶은 것을 가르치고,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면 된다. 교수의 권위나 학생의 복종이 없고, 지식의 권위나 전통의 억압도 없다. 자유롭게 비판하고 토론하면 된다. 돈으로부터도 자유롭고, 학점이나 취업이나 시험으로부터 자유롭고, 출석과 결석에서도 자유롭다."
박 교수는 대학이 점점 취업 학원처럼 돼 가는 현실을 탄식했다.
"5년전 까지만 해도 강의를 하는 나도, 강의를 듣는 학생도 재미가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 학생들은 수업 내용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학점을 잘 주니까, 시험을 안 치니까, 또는 수강 시간이 맞아서 등등의 이유로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교수들은 혹시 학생의 취업에 장애가 될까 싶어 정해진 커리큘럼에서 벗어나는 시도는커녕 학점평가도 제대로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자유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이 공부가 학점, 시험, 취업, 연구 실적 등 온갖 현실적 속박에서 벗어나 숨통을 틔우는 '환풍기' 같은 강좌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즐거운 공부, 창의적인 공부, 지적 자극을 나누는 공부, 삶을 풍요롭게 가꾸는 공부를 하자는 말이었다.
그는 교수들이 자유 주제를 정해 시민을 대상으로 열린 강의를 하고, 반드시 그 내용을 책으로 펴내야 한다며 '자유 공부'를 영남대에 정착시키는 것이 퇴직할 때까지 자신이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누구라도 쉽게 찾아올 수 있는 위치에 '자유 공부 지정 강의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교수들은 강의실 걱정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주제의 강의를 하고, 학생과 시민들은 듣고 싶은 강의를 듣게 하자는 것이다.
'자유 공부'의 강의 조교는 김태일 정치행정대학 학장(정치외교학과)이 맡았다. 그는 "학점 없는 강의에 수강료 없는 강의니 강의 조교는 당연히 무료 봉사다.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뒷바라지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자유 공부'는 6월말까지 이어진다. 053) 810-2291 / 이메일: hkpark@yumail.ac.kr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자유공부' 일정표
3월 13일(금) 저녁 6~8시 이명박과 법
20일(금) 저녁 6~8시 에콜로지카
27일(금) 저녁 6~8시 힌두교와 불교
4월 3일(금) 저녁 6~8시 인디언 아나키 민주주의(1)
10일(금) 저녁 6~8시 인디언 아나키 민주주의(2)
17일(금) 중간고사휴강
24일(금) 중간고사휴강
5월 1일(금) 저녁 6~8시 반전 그림
8일(금) 저녁 6~8시 반 고흐와 밀레
15일(금) 저녁 6~8시 소크라테스 플라톤 비판 (1)
22일(금) 저녁 6~8시 소크라테스 플라톤 비판 (2)
29일(금) 저녁 6~8시 존 레논
6월 5일(금) 기말고사휴강
12일(금) 기말고사휴강
19일(금) 저녁 6~8시 그리스 로마 신화 비판 (1)
26일(금) 저녁 6~8시 그리스 로마 신화 비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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