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그런데 물질로도 채워지지 않는 게 있다. 정신과 마음이다. 마음이 공허하니 '삶'에 의미를 찾기 힘들다. 채워지지 않는 그 '뭔가'에 대한 현대인들의 관심과 갈망이 점점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마음, 정신이란 무엇일까. 태고적부터 고민해 왔을 이 '화두'에 대한 '정답'을 아직 찾지 못한 듯하다. 박종한 대구가톨릭대병원 정신과 교수와 함께 '이제 멘탈이다'를 주제로 '정신 세계'를 파헤쳐 본다.
다람쥐들은 늦가을이 되면 월동 준비로 도토리를 물어 나른다. 미래에 대한 준비다. 2007년 9월에 죽은 알렉스라는 앵무새는 100여개의 단어를 이해할 수 있는 언어 능력이 있었다. 침팬지는 장애물 속에 놓인 먹이를 취하기 위해 막대기를 이용할 줄 안다. 수컷 개구리는 큰 울음소리로 암컷을 꾀는데, 덩치가 작아 소리를 크게 내지 못하는 수컷은 큰 것 옆에 숨어 있다가 큰놈을 찾아오는 암컷의 등에 새치기해서 올라탄다.
마음을 생각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으나 생각은 마음의 여러 요소 중에 중요한 하나일 뿐이다. 생각 외에도 위의 예에서 보듯이 다가올 미래에 대한 사전 계획, 언어 기능, 도구의 사용, 주변 환경의 이용 등도 모두 정신의 기능이다. 지각·기억·정서·의지·상상력 등도 모두 정신이다. 그래서 인간만이 정신을 가졌다는 생각은 오만이다. 이 모든 것들은 의식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의식은 마음의 바탕이다. 의식은 살아 있음의 징표이고, 알고 있음을 알고 있다는 증거이다. 유기체는 마음이 있음으로써 깨닫고, 자기 안팎을 지각하고, 생각하고, 느끼고, 인식한다.
마음은 어디에서 올까? 마음의 근원을 두고 수천 년간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논쟁의 골자는 결국 일원론과 이원론이다. 마음과 몸은 서로 별개라는 이원론은 멀리 소크라테스까지 소급된다. 그는 옥중에서 독약을 마시고 죽어야 할 입장이었다. 그의 변설이라면 충분히 무죄 판결을 끌어낼 수 있었고, 제자들도 만반의 조치를 마련해 두고 탈옥을 권했다. 그런데 그는 사는 길을 택하지 않았다. 준법정신과는 무관한 것이었다. 죽으면 마음은 육체의 멍에를 벗어나 더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다는 신념을 가졌었기에 죽음이 두렵지 않았던 것이다. 빨리 육체의 탈을 벗고 싶었다. 이원론은 데카르트에 의해서 꽃을 피웠고 그 후 모든 세상사를 설명하는 큰 틀이 되었다.
일원론은 마음과 몸이 별개의 것이 아니라는 주장인데, 서양에서는 기원전 5세기 파르메니데스가 처음 주장했지만 17세기 스피노자에 이르기까지는 찬밥 신세였었다. 물리론자들의 주장대로라면 세상에는 물리학 이론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것들만이 존재하며, 마음도 결국에는 물리학 이론으로 설명될 수 있으리라는 것이었다. 오늘날 많은 신경과학자들의 생각이기도 하다. 그들은 의식이니 자유의지니 하는 철학적 주제를 뇌의 작용으로 설명하려 하고 있다. 앞으로 밝혀질 과학적 진실이 크게 기대된다.
박종한(대구가톨릭대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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