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야 놀자] 브랜드의 효과

세계 어딜 가든 황금색 아치 모양의 M로고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맥도날드가 우리나라 회사도 아닌데 M로고를 보면 묘한 친숙함을 느낄 때마다 기분이 묘하다. M로고를 보고 친숙함을 느끼는 것은 맥도날드 햄버거에 대한 정보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맥도날드 햄버거는 모스크바에서든 서울에서든 맛이 같다. 이것이 맥도날드의 성공의 핵심적인 요소이다. 가령 당신이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을 지난다고 생각해 보자. 그때 당신 눈에 맥도날드 로고가 들어온다면 당신은 즉시 이 회사에 대한 온갖 것들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것이다. 예를 들면 맥도날드 가게들이 깨끗하고, 안전하고, 저렴하고, 화장실이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지난번에 먹은 '빅맥' 버거에 참깨가 몇 개 박혀 있는지 알지도 모른다. 이 모든 것을 전혀 가본 적이 없는 지역에서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안다.

이것이 바로 '브랜드' 개념의 바탕을 이루며, 이 때문에 기업들은 정체성을 알리기 위해 브랜드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붓는다. 브랜드는 소비자들에게 물건을 선택하기 전에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해 준다. 만약 품질이나 안정성을 써 본 다음에야 알 수 있는, 혹은 써 본 후에도 알 수 없는 제품이 있다면 어떻게 선택해야 하는가? 햄버거는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이와 같은 규칙은 온갖 것들에 적용된다. 가령 휴가 여행을 예로 들면, 아마도 당신은 이름이 있는 여행사를 선택할 것이다. 옷은 어떠한가? 역시 유명 브랜드 옷을 살 때 만족도는 높아질 것이다. 사람들이 비싸더라도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타이어를 사는 것도 같은 이유다. 꼭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어떤 식당 간판에 적혀 있는 'Since 1930'란 문구는 브랜드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다. 그 뜻은 '우리가 손님들에게 바가지를 씌웠다면 이렇게 영업을 계속하지 못할 것이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맥도날드와 비슷한 예로 코카콜라가 있다. 코카콜라는 다른 청량음료들과 다르다. 브랜드 상품을 만들면 일종의 독점이 가능하다. 그래서 가격을 정하기도 더 쉬워진다. 소비자들은 그 회사 제품만 사려 하기 때문이다. 나이키도 좋은 예이다. 이 회사 제품은 베트남에서 싸게 만들어도 미국에서 비싸게 팔린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기업은 어떻게 수익을 올릴 수 있는가? 옳건 그르건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만든 제품이 다른 회사들이 만든 것과 다르다는 점을 브랜드를 통해 확신시켜야 한다. 이제는 농부들도 그 점을 마음 깊이 새기고 있다. 시장에 가면 농산물에 생산자의 증명사진이 붙었거나, 지역 상표가 붙은 것들이 많이 있다.

한편 기업들은 자신들의 우수성을 시장에 알리는 '신호'를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다. 이는 2001년에 노벨상을 받은 스탠퍼드 대학의 경제학자 마이클 스펜스의 통찰력이다. 가령 당신이 복권에 당첨된 후 투자 전문가를 고른다고 생각해 보자. 당신이 처음 방문한 투자 회사는 멋진 목재 가구와 아름다운 대리석, 그리고 우아한 그림들로 사무실을 꾸며 놓고 있다. 그리고 이 회사 간부들은 고급 이태리 양복을 입고 있다. 당신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내가 내는 돈으로 충당이 될 거야. 사기꾼들 같으니라고!' 혹은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다. '야, 이 회사는 정말로 성공한 회사 같구나. 나는 이 회사 고객이 되고 싶다.' 사람들은 대부분 후자처럼 생각할 것이다. 아직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이렇게 생각해보라. 당신은 투자 전문가가 허름한 사무실에서 고물 컴퓨터로 일을 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박경원(대구과학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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