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어떤 두려움을 갖고 있을까. 남자들의 두려움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남자들은 두려움을 어떻게 제압하는 걸까. 남자와 두려움은 왠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보인다. 두려움이라면 아무래도 여자에게나 어울리는 말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전 세계 200만명이 넘는 남자들이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심리 치료를 받고 있다. 증상이 있음에도 병원 근처에 얼씬도 않는 남자들까지 고려하면 두려움으로 고통받는 남자의 숫자는 그보다 더 많을 것이다.
두려움은 남자나 여자에게 공통된 것이다. 그러나 여성의 경우 두려움을 느끼고 그 두려움을 고백해도 그만이다. 어떤 면에서는 두려움을 표현하는 일이 '폼'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여성스러워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자가 두려움을 느낀다는 점에 대해 사회는 관대하지 않다.
남자란 무릇 외모가 근사해야 하고, 경제력이 있어야 하고, 활동력이 뛰어나야 하고, 건강해야 하고, 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어야 하고, 로맨틱해야 하고, 정열적이어야 하고, 성적 능력이 뛰어나야 하고, 무엇보다 겁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은이 헤르만 에만 박사는 "남자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서는 안 되는 사회,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을 따를 수 없는 사회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남성들은 도대체 누구를,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남성이 두려워하는 대상을 한마디로 규정하기는 힘들다. 대신 지은이는 두려움에 싸인 남성의 특징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남성은 두려워하는 대상을 헐뜯는다. 두려워하는 대상에게 누명을 씌우고, 두려워하는 대상을 증오하고, 두려워하는 대상을 향해 끔찍한 만행을 가한다. 예컨대 타인을 폄훼하는 사람은 그 사람을 향한 두려움을 그런 식으로 드러낸다는 것이다. 또 여성을 비방하는 남성들은 잠재의식 속에서 그들의 성생활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지은이는 보고 있다. 그러니까 남자가 괜히 공격적이거나 분통을 터뜨리는 상대 혹은 그런 대상이 있다면 그 남자는 그 대상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말이다.
흔히 남성들은 정신과 의사들에 대해 극단적인 공포를 느낀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무엇이든 혼자서 어금니 꽉 깨물고, 모든 장애물을 뛰어넘도록 강요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자신의 아픔이나 고통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사실은 두려워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 말은 다른 감정, 즉 기쁨, 고통, 사랑, 증오, 슬픔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남자들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도록 훈련받은 것이다. 많은 경우에 남자들은 여성과 비교할 때, 여하한 고통이 따르더라도 마지 못해 어떤 행위를 한다. 책은 남자들이 정체성, 아버지 역할, 성 역할, 실패, 상실, 외로움, 질병, 돈벌이, 질투, 별거, 이혼 등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한다.
따지고 보면 이런 두려움은 남성들만의 것이 아니라 여성들도 느끼는 감정이다. 그러니 이 책은 두려움은 남자나 여자나 같은데, 남자는 왜 숨기는가? 그런 숨김이 어떤 악영향을 가져오는가에 대한 이야기처럼 읽힌다. '남자들이여 두려움을 솔직하게 털어놓자.' 그런 말 같다. 332쪽, 1만2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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