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김유미(35·여)씨는 바깥 출입을 두려워하는 자녀 때문에 최근 병원을 찾았다가 오히려 자신이 우울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육아 부담과 시댁과의 갈등 등 스트레스가 우울증으로 이어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평소 장보기도 인터넷 쇼핑으로 대신할 만큼 집안에만 머물렀고, 두 아이에게 과도한 집착을 보였다. 엄마가 외출을 하지 않으니 덩달아 3세, 5세 아이들도 외출을 두려워 했다. 결국 아이들조차 새로운 환경에 대해 극심한 공포감을 호소하며 엄마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았다. 그러나 일에 바빴던 남편과는 대화할 틈조차 없었다. 김씨는 "애들 키우는 일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하소연할 곳이 없었다"며 "아이들 문제를 내 탓으로 돌리는 남편을 보며 극도의 자책감에 시달렸다"고 털어놨다.
20, 30대 젊은 여성과 주부들 사이에 우울증 경계령이 내렸다. 극심한 취업난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가사와 육아 부담 등 외부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한 젊은 여성들이 우울증을 호소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07년 우울증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전국적으로 49만명으로, 2003년 38만여명에 비해 25%나 늘어났다. 우울증 환자 치료를 위한 진료비도 2003년 969억원에서 2007년 1천632억여원으로 급증했다.
젊은 여성들은 부모 세대와 달리 집안에서 곱게만 자랐던 터라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훨씬 떨어진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신경정신과 전문의들은 20대 여성의 우울증 원인으로 연애나 취업 등 목표를 이루지 못한데 따른 상실감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으며, 30대 젊은 주부들은 출산·육아와 관련된 스트레스가 주된 원인이라고 했다. 최근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의정부 초등생 남매 살해사건도 우울증에 시달리던 엄마가 저지른 범행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태진정신과의원 최태진 원장은 "출산 후 여성호르몬의 변화로 인해 산후(産後) 우울증을 겪거나 가사와 육아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우울증에 빠질 수 있다"며 "특히 전업주부를 낮춰보는 사회적 분위기가 상대적 소외감과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고 했다.
우울증에 빠지지 않으려면 우선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세상에서 고립되지 않고 마음 맞는 이에게 터놓고 자신의 심정과 현실을 털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스트레스 대처 능력을 키우는 것도 필요하다. 평소 취미생활이나 인터넷 동호회 등 자신만을 위한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 스트레스를 해소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했다.
경북대병원 정운선 교수(정신과)는 "악화되는 경제 상황으로 인한 구직 실패, 실직, 경제적 손실 등 '상실'의 경험이 외부 스트레스로 작용할 경우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울증이 의심되면 반드시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야 하고 '마음을 굳게 먹으면 된다'는 식의 조언은 오히려 자책감을 키워 극단적인 선택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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