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외국 언론들이 조소하는 한국 국회의원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10일자 아시아 판에서 "한국 국회의원들이 카메라 앞에서 싸우는 동안 개혁입법안이 쌓여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리민복보다 인기를 노린 정쟁에만 몰두하는 18대 국회의 탈선을 비판한 것이다. 이 신문은 또 "치고받던 국회의원들이 회기가 끝나면 함께 맥주를 마시러 간다"고 비꼬았다. 지난번 해머와 전기톱을 휘두른 임시국회 난투극 보도에 이어 또 한번 해외 언론에서 한국 정치가 나라 망신을 시킨 것이다.

국회는 지난해 말부터 쟁점 법안 처리를 위한 두 차례 임시회기를 주먹질로 채우고 끝냈다. 사상 최장인 14일간 국회의장실 점거, 사상 최초의 전 상임위 회의장 점거, 사상 처음 해머 전기톱 국회 등장, 사상 최초 야당 당직자의 여당 국회의원 폭행 같은 진기록들만 남긴 것이다. 지난 3일 끝난 2월 임시국회는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참여를 허용하는 은행법 개정안, 이른바 '반값 아파트' 법안같이 상임위를 통과한 경제 민생 법안조차 여당의 무능과 야당의 방해로 처리하지 못했다.

그래 놓고 회기가 끝나기 무섭게 해외로 몰려 나가고 있다. 벌써 40여 명이 떠났고 앞으로 60여 명이 더 외유 대열에 낄 것이라고 한다. 말이 출장이지 떼 지어 놀러 나가는 것이다. 더 가관인 것은 국회의장이 외유 의원 한 명당 1천 달러가 든 '거마비' 봉투를 쥐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제 할 일은 팽개치고 해외여행길에 오르는 얼굴도 두껍지만 한 푼의 달러라도 아껴야 할 때인 점을 생각하면 기가 막히는 군상들이다. 규정도 없이 국민의 혈세를 이런 식으로 낭비하는 나라가 어디 있겠는가.

세계는 지금 누가 먼저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벗어나느냐 하는 전쟁 중이다. 선진국이든 개도국이든 여야가 경제 회생에 매달리느라 정신이 없다고 한다. 한국처럼 팔자 좋은 국회의원들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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