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환경미술협회 '재활용의 미학'전

▲김명삼 작
▲김명삼 작 '헬로~'
▲김대웅 작
▲김대웅 작 '파란 해를 품은 바다'
▲배국자 작
▲배국자 작 '입학식'
▲유황 작
▲유황 작 '공간'

짚으로 만든 둥지 위에 팔 베개를 한 채 세상 걱정 다 잊은 듯 누워있는 한 사람.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 둥지는 짚이 아닌 종이끈을 엮어 만들었고, 사람도 남은 신문지 뭉치를 조심스레 꼬아서 만들었다. 작가 강정엽이 환경미술 '재활용의 미학'전에 내놓은 작품 '휴'(休). 사단법인 대구환경미술협회(회장 신재순)는 11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대구학생문화센터 e-갤러리에서 초대전을 갖는다.

이번 전시회에는 버려지는 각종 재활용품을 대구환경미술협회 회원들의 손을 거쳐 예술 작품으로 탄생한 150여점이 선 보인다. '헬로~'(Helllo~)는 작가 김명삼이 고장난 진공 청소기를 활용해 만든 작품. 청소기 본체는 몸통이 되고, 고장난 수도 꼭지는 양팔이 된다. 쓰레기를 빨아들이는 흡입구는 양발로 다시 태어났다. 빨대로 만든 먼지털이를 들고 거수 경례를 하는 모습은 마치 '비록 진공 청소기로서 수명은 끝났지만 제대로 된 청소를 본격적으로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지는 듯하다. 작가 김승완은 '살아있는 화석'을 선보였다. 종이죽을 반죽해서 마치 고대 바닷속에 살던 물고기와 조개의 화석 표본을 떠낸 모습. 쓸모없어 보이는 종이를 되살려낸 느낌이다.

미술 작가 외에 의사, 교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회원 250명인 대구환경미술협회는 지난해 KBS 방송국 전시실에서 '아름다운 자연을 꿈꾸며'라는 제목의 창립전을 가졌으며, 올해는 평면, 입체, 설치, 대형 정크아트 등 작품 150여 점을 선보이게 된다.

전시 기간 중 매주 토요일 오후 2~5시까지는 무료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재활용 체험 학습' 코너도 마련했다. 환경의 소중함을 담은 메시지를 적은 종이를 배로 접어 대형 벽면에 하나씩 붙여서 '미안해 자연아'라는 커다란 글귀를 만드는 작업을 마련했으며, 한국요식업중앙회 대구지회에서 제공한 1t 트럭 분량의 재활용 종이컵으로 거대한 선인장을 만드는 작업도 함께 한다. 작가들이 종이 상자를 이용해 선인장의 뼈대를 만들면 참여자들이 종이컵을 하나씩 붙여 2m 높이의 선인장을 전시기간 내내 서서히 완성해 간다.

일상의 쓰레기들이 작품으로 탄생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탄성이 절로 난다. 작가 김정희가 내놓은 '하늘에서 본 튤립 농장'은 마치 활짝 핀 튤립을 항공 사진으로 찍은 듯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실제로는 수백 개의 면봉을 일일히 빨강색, 노란색, 초록색, 주황색으로 색칠한 뒤 꼽아서 완성한 작품이다.

작가 배국자가 내놓은 '입학식'은 플라스틱 뚜껑 모자를 쓴 작은 인형들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으로, 마치 올망졸망 모여있는 어린이들을 보는 듯 깜찍하다. 경북대 예술대학 명예교수인 유황은 스티로폼과 종이컵을 활용한 작품 '공간'을 내놓았고, 닥종이 인형으로 유명한 신재순은 청바지와 청치마에 어린 시절의 추억을 담은 '여름이야기'를 아로 새겼다.

이밖에 자연을 소재로 한 회화 작품도 다수 선보인다. 눈 내린 겨울 산 아래 야트막이 자리잡은 집을 그려낸 공진춘의 '산촌에서', 푸른 물이 뚝뚝 배어날 것만 같은 초록색 산 능선을 줄지어 걸어가는 모습을 담아낸 김경숙의 '아름다운 사람들', 지난 겨울의 아쉬움을 담은 듯 외로움이 절절히 스며있는 겨울 풍경을 사진처럼 선명하게 보여주는 김칠생의 '동하(冬河)의 석양'도 있다.

신재순 대구환경미술협회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미술계도 환경 운동의 한 부분에 동참했다는데 큰 의미를 부여했으며, 깨끗한 자연을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한 환경사랑 실천에 있어서는 누구도 예외가 아님을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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