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를 맞은 딸아이의 표정이 밝지 않다. 고 2라는 학년이 주는 부담감 때문이리라. 고등학교 생활이 온통 대입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현실인지라 그러려니 싶었다. 휴일을 맞아 오랜만에 여유를 가진 딸에게 "많이 힘들지?" 하고 물었다. 당연 학교 생활에 대한 힘겨움이겠거니 생각하면서 말이다. 아이의 대답은 의외였다. "엄마, 그냥 춤추는 건데. 난 선생님들을 이해할 수가 없어. 왜 무조건 안 된다는 거야?" 내 물음에 그동안 꾹꾹 눌러온 화를 풀어내느라 앞뒤 설명 없이 내뱉는 딸아이 표정이 안타까울 정도로 일그러져 있었다.
딸이 학교에서의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없는 이유는 이랬다. 댄스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는 딸이 고2가 되면서 동아리장을 맡게 됐는데 고1인 새내기 후배들을 대상으로 신입생 모집에 나선 모양이다.
그런데 댄스 동아리에 관심을 갖던 신입생들에게 담임 선생님들이 동아리 활동에 대해 부정적으로 반응하고 가입하지 말 것을 은근히 종용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딸이 고1 때도 그랬던 것 같다. 고1 학기 초, 딸아이의 댄스 동아리 활동 여부 때문에 담임 선생님과 통화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도 선생님은 학업에 지장을 줄 수도 있으니 가급적 안 했으면 하셨고 난 본인이 하고 싶다면 허락해 주겠다고 의사를 전달했었다.
선생님의 우려를 잠재우듯이 딸은 학업을 게을리하지 않으면서도 학교 축제에 참가할 만큼 열심히 했다. 무대에서 춤추는 딸아이가 너무 당당하고 자랑스럽기까지 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하다. 내 경험에 비추어볼 때 난 자기가 하고 싶은 활동을 하며 학교 생활을 하는 딸아이가 부럽다. 내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도 낭만적인 학교 생활보다는 공부에 대한 압박, 친구와의 경쟁으로 마음고생이 심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라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도 분명 자기 안의 삶에 대한 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꿈도, 불안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결국 자신이 풀어가야 할 몫이다.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이 가지는 꿈이 이루어지도록 길을 열어주고 불안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닦으면 된다고 본다.
춤을 춘다고, 노래를 한다고 "너 커서 뭐 먹고 살래?" 하는 식의 걱정은 오히려 아이들의 꿈을 꺾는 일이 아닐까? 누구나 다 공부를 잘하고 누구나 다 대학을 가야 하는 것은 아니듯이 어른들의 잣대가 아닌 진정 우리 아이들을 위한 잣대를 그들의 입장에서 재보았으면 좋겠다.
권미강 구미시청 홍보담당관실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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