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까지 1년 8개월여 동안 연재되면서 독자들의 인기를 모았던 '최종문의 펀펀야구'가 이번 주부터 다시 게재됩니다. 독자들의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100년 후 대구가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변해 있다고 가정한다면 지금 그걸 믿을 사람이 있을까?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시스템과 인적 능력을 보유하고 경제와 문화와 체육의 중심도시가 되어 100년 후의 미래에는 초일류 도시가 될 것으로 누군가가 예견한다면 아마도 선진 도시의 문턱에서 표류하는 지금의 현실이 안스러워 꿈을 꾸어보는 정도로 픽 웃어 버리고 말게다.
그러나 오래 살다 보면 그렇게 참 믿어지지 않는 일이 현실로 다가올 때가 있다. 꿈인지 생시인지 믿어지지 않아 정말 뺨을 당겨보는 일이 결코 없는 경우는 아닌 것이다. 1905년 야구라는 운동이 먼 바다를 거쳐 인천항에 처음 입항했을때 100년 후 미래에 금메달을 따고 세계적인 수준의 반열에 올라 선망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단 한명도 꿈조차도 꾸지 못한 일이었을테니 말이다.
1905년이면 미국에서는 이미 프로 야구단이 생기고도 36년이나 지난 시기였지만 우리는 그때 두루마기를 입고 처음 야구를 시작했다. 이렇다할 놀이 문화가 없음을 안타깝게 생각한 선교사 질레트에 의해 한·일 합방의 암울한 시대에 입양돼 힘들었던 국민들의 마음 속에서 질긴 생명력으로 함께 자라온 야구가 정확히 104년 만에 세계를 정복한 것은 정말 기적이라 불리워야 하지 않을까?
아시아 야구의 선봉에 서 온 일본 야구의 저변과 인프라의 차이에서 느끼는 엄청난 괴리감은 다시금 이 현실을 믿기 어렵게 만든다. 전 국민의 87%가 야구를 해본 경험이 있고 9시 뉴스에서 가장 먼저 야구를 취급하는 나라인 일본은 2009년도 WBC 일본 대표팀이 캠프를 차린 큐슈의 미야자키에 본토에서 500만명의 팬이 비행기를 타고 선수들을 보러 갔다.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스프링캠프와 WBC 대표팀의 캠프가 동시에 미야자키에 들어서니 일본 열도가 들썩거릴 정도로 관심을 보였던 것이다.
프로야구 스타를 우상으로 여기며 야구를 연구하고 발전시키는 일본인의 무한에 가까운 야구 열정을 지켜보면서 과연 무엇이 일본을 이긴 오늘의 현실을 만들었는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그러나 그렇게 깊은 저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현실에 안주하는 주위를 돌아보면 순식간에 강자의 미소가 달아날 것 같아 안쓰럽다.
어쩌면 지금쯤 발빠르게 대구의 어디든 프로야구 전용 구장이 들어서야 했는지도 모르겠다. 야구 열기만큼은 점점 일본을 닮아가는 부산에 비해 뒤지는 것은 오직 야구장 한가지 뿐이니 말이다. 탁 트인 전용 구장에 가족이 모여 이만수와 이승엽에 열광하면서 대구시민이 좋아하는 야구를 중심으로 꿈과 희망을 함께 만들어 나갔다면 오늘날 대구의 힘과 능력은 또 다른 모습이었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프로야구가 건전한 여가 선용을 넘어서 가치와 문화 창출의 또다른 기회로 자리잡을 때이다. 제발 야구장을 짓자. 그것이 100년 후 대구의 미래를 어떻게 바꾸어 놓을 수 있는지 함께 만들어가 보자. 믿지 못한다면 돌아보라. 야구 자체가 얼마나 믿어지지 않는 현실을 만드는가 말이다.
최종문 야구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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