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新 黃禍論

대공황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세계경제는 중국만 바라보고 있다. 거대한 중국경제가 꺼지지 않아야 세계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 현재 각국의 공통된 인식이다. 중국은 정말로 세계경제의 메시아일까.

생태학자들의 대답은 "아니오"이다. 머지않아 지구를 집어삼킬 괴물이 중국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크기와 인구만으로도 중국은 지구의 안녕과 충돌한다. 중국의 석유 사용량은 지난 10년 동안 두 배로 늘었다. 중국이 2030년에 지금의 미국과 같은 수준으로 석유를 사용한다면 매일 1억 배럴의 석유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세계 석유 생산량은 하루에 8천만 배럴이다. 2030년에 중국의 소비자들이 미국인처럼 식욕이 왕성해진다면 지금의 세계 전체 곡물생산량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양이 필요할 것이다. 자동차 소유가 지금의 미국 수준인 인구 네 명당 세 대꼴에 도달하면 중국의 2030년 자동차 보유대수는 10억 대 수준이다. 이는 현재 세계 전체의 자동차 보유대수 8억 대를 너끈히 넘어서는 수치이다… 모든 중국인들이 미국인처럼 산다면 인간이 지구에 끼치는 환경적 충격은 배로 늘어날 것이다. 그것은 이미 지속가능한 수준을 크게 넘어선 상태다. 중국이 곧 부자가 된다는 꿈은 당장 지구의 악몽이 될 것이다."('6도의 악몽', 마이크 라이스)

이 같은 진단은 중국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계속 성장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그대로 실현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현실이 된다면 벌어질 사태는?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미국과 중국의 전쟁이다. 중국이 전 세계의 자원을 쓸어가는 것을 미국이 보고만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 같은 예측에 대해 '부자 중국'을 시기하는 '新 黃禍論(신 황화론)'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중국의 무서운 성장속도는 현대판 황화론에 현실감을 더해주고 있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중국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지난해 3천 달러를 돌파했다. 2007년 2천 달러를 넘어선 지 1년 만이다. 한국이 2천 달러에서 3천 달러를 돌파하는 데 걸린 기간의 4분의 1에 불과한 엄청난 속도다. 문제는 중국에 疾走(질주)를 멈추라고 할 수도 없고, 중국도 그럴 생각이 없다는 점이다. 중국의 자원 탐식에 기대면서도 그것이 가져올 파멸적 결과를 걱정해야 하는 딜레마, 이것이 현재 지구촌이 처한 상황이다.

정경훈 논설위원 jghun31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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