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기농]유기농 생산 최준혁씨

"아직은 유기농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부족해요. 특히 과일은 무농약을 사용하지 않으면 수확량이 확 떨어지기 때문에 가격이 일반에 비해 2~3배 높을 수밖에 없죠. 하지만 소비자들은 가격이 일반 과일에 비해 30% 이상만 높아도 턱없이 비싸다고 여기죠."

상주 모동면에서 12년째 포도 농사를 하는 (사)경상북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 최준혁(62) 회장은 친환경농산물 활성화를 위해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인식 전환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1996년 부인과 함께 귀농을 했다. 서울에서 항공운송회사 사장을 하는 등 나름대로 성공한 경영인으로 지냈지만 그는 항상 50세까지만 일하고 시골에 내려가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부인 또한 "농사를 한번 지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 특히 과일 중에 포도를 무척 좋아해 포도농사를 원했다.

최 회장은 부인과 서울 가락시장으로 향했다. 이왕 농사를 지으려면 재배가 가장 잘 되는 곳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 "시장을 돌면서 상인들에게 어느 곳이 포도농사 하기에 좋은지 물어봤죠. 그랬더니 상주가 나오더라고요."

이후 그는 포도농사를 계획하고 '농업수업'을 착실히 받으면서 3년 정도 본격적인 귀농을 준비했다. 한국자연농업협회나 한국유기농협회 등 각종 친환경단체로부터 유기농에 대한 교육을 받은 것. 처음부터 유기농 교육을 받으면서 최 회장은 자연스레 친환경농법을 생각하게 됐다.

"당시만 해도 친환경농사가 별로 없었죠. 초창기엔 저농약 농사를 짓다 주위에 무농약을 하는 지인들이 있더라고요. 무농약을 하기 위해선 비를 맞추지 않고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주는 비닐하우스가 필수적이죠. 그래서 1999년쯤에 수억원을 들여 비닐하우스를 설치하고 무농약으로 전환했어요." 불행하게도 3개월 뒤 엄청난 폭설로 비닐하우스를 다 망쳐버리기도 했지만 그는 친환경 농사량을 차츰 늘려 지금은 6천600㎡ 정도의 유기농'무농약 포도원을 운영하고 있다.

최 회장은 유기농 농사를 지으면서 어려운 점이 한 둘이 아니라고 했다. 우선 기술적인 체계가 아직 잡히지 않아 농가에서 비료 만들기부터 병충해 방지까지 일일이 챙겨야 한다는 것. "유기농은 화학비료를 못 쓰잖아요. 그렇다보니 천연비료를 써야 하죠. 친환경농업 선진국인 유럽에서는 친환경 농업보다 축산업이 번성했잖아요. 그래서인지 소똥같은 축산오물을 재료로 한 비료를 많이 써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런 체계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죠. 천연비료라고 시중에 파는 것들은 종류가 많지 않은데다 비용도 일반에 비해 3~4배 비싸요."

그렇다보니 비료를 직접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에서 많은 손이 간다는 것. 예를 들어 인산비료를 만들 때 흑설탕과 부엽토, 황토 등을 섞어 만드는데 이 때 보온 덮개로 덮으면서 30℃ 이상 올라가지 않게 자주 뒤섞어줘야 하고 1주일 정도 숙성을 시켜야 하는 등 무척 번거롭다.

병충해나 곰팡이 방지도 쉽잖다. 병충해가 생겼을 때 현미식초 등을 사용하는데 일반 화학 살충제에 비해 효과가 떨어져 병충해 등이 유행하면 농사를 망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몇 년 전엔 병충해로 인해 재배 포도의 절반을 잃었고 결국 수확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유기농 농사는 일년 동안 내내 계속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런 수고에 비해 판로는 좁다. "생협과 연계된 농가는 판로가 어느 정도 확보되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유기농이나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자체 시장이 형성 안돼 있어 판로 개척이 무척 어렵죠. 유기농 분야에 잘 알려진 농사인조차도 계속 금전적으로 손해를 보다 포기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유기농에 대한 여러가지 여건이 놀라보게 좋아졌다고 했다. 어린이들의 아토피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는데다 멜라민 파동 등 중국산 먹을거리 문제가 잇따라 터지면서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 앞으로도 건강과 환경문제가 점차 중요시되면서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거라는 것이다. 1994년 덴마크의 한 국제회의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유기농산물을 먹은 남성의 정자수는 1억마리로 정상이었지만 농약과 화학비료로 키운 농산물을 먹은 사람은 절반인 5천만마리밖에 되지 않았다.

"그 뿐만 아니죠. 몇 년 전에 독일에 갔을 때였어요. 독일의 한 농부에게 '독일에선 친환경농업이 왜 이렇게 성행하냐'고 물었죠. 그랬더니 지하수 오염이 공장이 많은 공업지대보다 농업지대에서 오히려 더 심하다고 하더라고요. 후손에게 오염된 토양을 물려줄 수 없어 농민들이 친환경농업에 눈을 돌렸다고 하더라고요."

최 회장은 앞으로 친환경에 대한 소비자 홍보와 농민 교육을 강화해 전반적인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농가소득은 도시 근로자보다 30%정도 높지만 우리나라는 반대입니다. 선진국일수록 국민들이 농업을 끌고 가야한다고 생각하고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죠. 농업이 곧 국가 안보이자 건강이라고 여기기 때문이죠."

최 회장은 소비자들이 무조건 싼 농산물만 좇는 것보다 가족의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는 '합리적인 소비'가 필요하고 정부에서는 친환경농업의 필요성을 농민들에게 계속 알리고 관련 시스템을 만들어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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